- 공사 도중 불법매립지 발견되고
- 월파 탓 용도 변경되며 지연까지
- 2023년 다 짓고도 방치된 상태

부산 기장군이 연안지역의 상습해일 피해를 방지하고자 추진한 사업이 공사를 끝내고도 1년 넘게 준공하지 못해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도중 발견된 불법 매립지와 용도변경 등으로 행정절차가 지연된 탓인데, 애초 사업 추진 전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월내리 일대에 공사를 끝내고도 준공절차를 밟지 못한 공원이 방치되고 있다. 이원준 기자

기장군은 오는 6월 ‘월내~고리 간 상습해일 피해방지 시설’ 사업을 준공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월내~고리 지역의 태풍 등에 의한 해일 피해를 방지하고자 추진된 것으로, 장안읍 월내리~길천리 해상 일대에 방재 시설을 조성했다. 공유수면 매립과 함께 방재공원, 방파제 등이 조성됐고 도로도 개설됐다. 방파제는 280ｍ, 호안은 1349㎡ 규모다. 총사업비는 310억 원으로, 국비 36억 원, 시비 8억 원, 군비 37억 원이 투입됐다. 원전지원금도 229억 원이 사용됐다.

문제는 이 사업의 공사가 2023년 사실상 끝났다는 점이다. 2017년 4월 시작한 사업의 애초 준공 예정일은 2023년 12월이었다. 그러나 여러 행정 절차를 거쳤고, 사업계획 변경 등이 이뤄지면서 준공 시점이 계속 미뤄졌다.

준공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로 불법 매립지 발견이 꼽힌다. 공사 과정에서 두 차례 군의 불법 매립 사실이 드러났다. 2000년 등 과거 해일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군이 기존 계획선을 넘어 매립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23년 발견된 불법 매립지는 사업지와 인접한 곳으로, 이미 도로 등이 조성된 상태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원상회복은 하지 않아도 됐지만 관련 행정절차를 밟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다 사업이 장기화하면서 보완 설계용역을 진행한 결과 월파 문제 등으로 수변공원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지난해 8월 애초 조성하기로 한 수변공원을 방재공원으로 변경했다. 방재공원은 재해가 발생하면 대피나 구호활동의 장소로 활용하는 곳으로, 계획변경으로 조경시설 대부분이 제외됐다. 이 밖에도 도시계획 도로와 공유수면 매립지의 경계 조정과 확정 측량 등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 대부분 시설이 2023년 8월 완공됐는데, 공사가 끝난 뒤에야 계획 변경 등이 이뤄진 것이다.

이에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장군의회 박우식 의원은 “준공 승인이 나지 않으면서 매립지 위에 지어야 하는 공원 벤치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못해 주민 불편이 막대하다”며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제때 절차를 이행하지 못한 건 명백한 행정의 실수”라고 지적했다.

군은 행정안전부에 매립지 귀속 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사업 주체인 군이 공유수면 매립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고자 진행하는 절차다. 군 관계자는 “여러 행정 절차와 관계 기관 협의로 준공이 늦어졌다”며 “오는 6월 준공할 예정이며 더는 지연되지 않도록 사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