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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된 집, 새로 지으려니 빚더미 앉아…송이 채취는 보상 대상 안 돼 농가 직격탄”(종합)

산불 휩쓴 산청 중태마을 신음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25-04-02 20:20:46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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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도 창고도 불에 타 대피 생활
- 주택지원금 한계… 대출 불가피

“생계 터전을 잃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주민 이석태(81) 씨가 마을까지 번진 산불로 엿가락처럼 녹아버린 철제 구조물을 가리키고 있다. 김인수 기자
2일 화마가 휩쓸고 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은 주택 창고 농기구 등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집 내부에는 각종 가구와 생필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까맣게 눌어붙어 있었다.

유령마을이라도 된 듯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을 주변의 나무들은 검게 그을린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산불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마을 이재민 25명은 인근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기약 없는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지순(74) 씨는 “산불이 꺼져도 50년 동안 쌓아온 터전이 없어져 돌아갈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주택이 모두 무너져 금전적인 지원이 일부 된다고 하지만, 새롭게 지을 수 있을 만큼은 아니다”며 “집을 다시 지으려면 대출해야 하는데, 저를 비롯한 마을 주민은 대출금을 갚을 만큼의 능력이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병은(64) 씨는 “산불로 지역 특산물인 곶감을 생산할 수 없게 돼 살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정 씨는 “이번 화재로 집과 창고가 폭삭 주저앉아 창고에 있던 곶감 건조기, 저온 창고와 건조장 내부에 있는 리프트(곶감 걸고 내리는 장치)까지 모두 타버렸다. 남은 게 없어 올해 곶감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산불의 직격탄을 맞은 시천면은 지역을 대표하는 곶감 생산 지역이다. 산청지역 곶감 1300여 농가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 집중됐다. 매년 4월 감나무에 꽃잎이 나기 시작하면 농가는 나무에 거름을 주고 방제약도 뿌리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이번 산불로 나무 기둥이나 가지 등이 열기에 그을리거나, 나무 자체가 통째로 타버리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해 농가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2800㏊에서 재배되는 밤도 30% 이상 피해가 우려된다.

송이 산양삼 등 특산물 생산 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송이는 법적으로 공식적인 재난 피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피해를 본 주민의 한숨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산청은 자연산 송이 수천 ㎏이 생산되는 곳이다. 산불로 산림 1158㏊가 불타면서 버섯 포자도 불 타 올 가을은 물론 15~20년 동안 송이 채취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유명관광지인 동의보감촌 내 식당도 이재민이 대피해 있다는 언론보도 이후 찾는 사람이 없고 예약손님이 끊겨 울상이다.

이번 산불로 산청군에서는 주택 22채가 모두 불에 타고 6채가 일부 타는 등 모두 28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군은 오는 8일까지 산불 피해 신고 접수를 받고 있어 농작물 피해 규모는 그 이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기후 특성’을 보면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고 건조했으며 바람이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하순 전국 평균기온은 10.9도로 1973년 관측 이래 3번째로 높았다. 상대습도는 평년(1991~2020년 평균 59%)보다 6%포인트 낮은 53%이며 1973년 이래 7번째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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