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국가유산청 통보로 알게돼
- 부랴부랴 보존회 설득·지원 나서

경북 포항시가 전수교육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전승 소재지’가 부산 기장군인 동해안별신굿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지역 국가무형유산을 지키기 위해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에 전수교육관 신축을 약속하며 이전 반대 설득에 나섰지만, 시가 이전 추진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이를 통보받고는 뒤늦게 수습에 나서 지역 문화유산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 기장군 대변항에서 동해안별신굿보존회 주관으로 풍어를 기원하는 별신굿이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DB

부산시와 기장군은 지난 7일 동해안별신굿 보존회와 전수교육관 건립 관련 회의를 했다고 9일 밝혔다. 동해안별신굿의 전승을 위한 전수교육관 건립을 논의한 자리로, 시는 보존회 측에 신축을 약속하고 설득에 나섰다.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전액 시비로 기장군에 전수교육관을 신축할 계획으로, 예산 편성 등 실제 건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시가 교육관 건립을 매개로 보존회 설득에 나선 것은 최근 포항시가 동해안별신굿의 전승 소재지 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하반기 무형유산 전수교육관 건립 타당성 용역을 진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 뒤 이를 근거로 최근 국가유산청에 사업비 지원 등을 건의했다. 여기에 지난해 보존회와 필요 시설을 논의하기도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동해안별신굿의 발생지이자 초대 보유자의 고향이 포항”이라며 “전수교육관에는 다른 무형유산 시설도 들어서며 실제 건립에는 3, 4년이 걸릴 전망이다”고 말했다.

동해안별신굿은 1985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기장군에 소재한 지역 전통문화유산이다. 동해안 어민의 풍어와 안전을 비는 ‘마을굿’으로, 풍어제와 같은 지역 중요 행사 때마다 재현되는 등 문화유산으로서 의미가 크다. 현재 명예보유자 1명, 전승교육사 5명, 이수자 11명, 전수생 19명 등이 있다.

그러나 정작 시는 지난달 말 국가유산청 통보를 통해 동해안별신굿 전승 소재지 이전 추진을 뒤늦게 알게 됐다. 시가 지역문화유산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가무형유산은 국가유산청이 관리하나, 무형유산 전수교육관 설립 업무는 시가 맡는다. 실제 보존회는 수십 년 전부터 시에 전수교육관 건립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자체적으로 마련한 협소한 공간을 이용 중인데, 이마저도 소음 민원에 시달린다. 더욱이 부산에는 서구 구덕민속예술관(부산농악 등)과 같은 다른 무형유산 전수교육관이 다수 있지만 동해안별신굿은 국가문화유산 지정 후 40년간 교육관을 마련하지 않았다.

시는 전수교육관 건립 요구와 관련, 소통에 오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보존회가 전수교육관 건립을 요구했으나 시에 직접 연락한 적이 없어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기장군 역시 전임 군수 임기 때까지는 관련 요청을 받았으나, 이후에는 논의가 진행되지 않아 이전 추진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며 “전수교육관을 건립해 국가무형유산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존회 관계자는 “전수교육관 신축 등을 두고 시와 회의를 진행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