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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일 만류했는데…이런 사고 내 얘기 될 줄 몰랐다”

유족 대기실 ‘눈물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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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신 잡고 통곡 “나 어떡하라고”
- 잠 설친 실종자 가족도 눈 퉁퉁

지난 9일 오후 7시께 전남 여수전남병원 장례식장에 ‘제22서경호’ 침몰 사고 사망자 4명의 유족 40여 명이 모였다. 검안을 마친 희생자 시신의 신원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인계받기 위해서였다.
지난 9일 오후 7시께 전남 여수시 여수전남병원 장례식장에 ‘제22 서경호’ 침몰 사고 희생자 유족들이 모여 슬픔에 잠겨 있다. 정인덕 기자
장례식장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유족들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허공을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거나,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 바빴다. 슬픔을 견디기 위해 술을 사오거나, 연거푸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유족도 있었다.

사망한 선원의 유족은 “비행기 사고나 배 사고가 최근 많았다. 남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지, 내 이야기일 줄 상상도 못했다”며 “고인이 해운 관련 고등학교를 나와 배를 모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만류했는데, 이렇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아들과 딸을 다 키워놓고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다니…”라며 흐느꼈다. 또다른 선원의 유족도 고인을 떠올리며 망연자실했다. 사망 선원의 누나는 “형제에게 정말 잘해주는 동생이었다. 조리장으로서 30년 동안 배를 탔는데, 성실함을 인정받았다”며 “마지막으로 통화한지가 오래됐다. 목소리도 못 듣고 떠나보내 슬픔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밤 9시께 유족들은 차례로 장례식장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대표자 1명이 시신을 확인하고 가족에게 돌아왔다. 흰 천으로 덮인 시신이 구급차에 실려 유족들 앞을 지나가자 눈물바다가 됐다. 트렁크가 닫혔는데도 구급차까지 따라가 연신 차량을 어루만지는 유족도 있었다. 유족들은 이날 곧장 희생자와 함께 부산으로 이동했고, 장례식장 2곳에 빈소가 마련됐다.

10일 오전 여수시 수산물청정위판장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손수건을 손에 쥔 채 밤잠을 설친 듯 눈이 퉁퉁 부은 모습이었다. 한 실종자의 여동생은 “본래 선장을 하다가 힘이 달린다며 이번엔 항해사로 배를 탔다. 최근 전화 통화만 몇차례 했을 뿐 얼굴도 보지 못했다”며 “힘든 일 그만 두라고 만류했지만 팀처럼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들인 만큼 1년 만 더 한다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추운 바다 속에 들어가 있을 걸 생각하면 한숨도 잘 수 없었다”며 “하루 빨리 차가운 바다에서 빠져나오길 기도한다”고 두 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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