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울경 취업비자 외국인 6만 명
- 부정적 인식에 현장서는 ‘쉬쉬’
- 日, 저숙련·고기능 노동자 분류
- 영주요건 완화 등 장기체류 유도
- 최근 지자체들 창업 지원 활발
- 본국 시장 개척해 또다른 활로
1990년대 이후 당시 ‘산업 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노동자가 부산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주요 공단을 비롯해 생산공장과 건축 현장 등 산업 현장 곳곳에서 내국인 근로자를 대신하며 산업 필수 인력으로 자리잡았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체류 기간이 지나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이들도 수십만 명에 달해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을 경제적 자산으로 활용하고자 장기 체류 및 창업 지원 등 각종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 고용 사실 숨기는 업체들9일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시군구별·체류 자격별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등록외국인 중 E-9(비전문취업)·H-2(방문취업)비자 체류인원은 부산 1만87명, 울산 8330명, 경남 4만2607명으로 총 6만1024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E-9, H-2 비자를 받고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41만9932명에 달한다.
저출산으로 내국인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이제 외국인노동자는 어엿한 산업현장 필수 인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들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놓고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부산의 A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인력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내국인을 못 뽑을 정도로 처우가 열악한 기업으로 낙인찍히기 일쑤다. 외국인이랑 어울리기를 꺼리는 내국인 노동자가 취업을 꺼릴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상급 노조와의 갈등을 우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B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고 하면 상급 노조 등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내국인 숙련공을 써야 할 때 사람 구하기가 어려워진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불법체류자 고용 의심 사업장으로 찍히는 사례도 있다. 경남의 C 기업 관계자는 “우리 공장에 외국인노동자가 특별히 많지는 않은 데 외부인의 눈에 자주 띄었던 것 같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게 아니냐는 신고를 받고 찾아온 노동청 관계자에게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함께 외국인 노동자 관련 또 다른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4년 10개월(E-9비자 기준)에 이르는 체류 기간이 지나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노동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한 불법체류자만 39만7522명(지난달 기준)에 달한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15~64세 경제활동인구가 2547만3000명(지난달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활동인구 100명 중에 1.5명은 불법체류자인 셈이다.
■공생제도 추진·창업자 유치를우리나라보다 저출산고령화 시기를 빨리 맞은 일본은 외국인노동자를 더 잘 활용하고 있다. 일본에 등록된 외국인노동자 수는 2023년 10월 기준 204만9000명으로 2008년 48만6000명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늘었다. 일본 정부는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2022년 ‘외국인과의 공생사회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일본의 외국인노동자 정책은 중소기업·소상공인 인력부족 대응을 위한 ‘저숙련 노동자’와 국내경제 고도화 등을 위한 ‘고학력·고기능 노동자’ 등으로 구분된다. 저숙련 노동자는 숙련 노동자로 육성하고 일본어 교육도 강화해 장기 체류를 유도하고 있다. 고학력·고기능자는 영주 제한 요건을 완화해 국내 장기체류를 유인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을 포함한 다문화인력을 대상으로 한 창업 지원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부터 창업생태계의 글로벌화를 위해 외국인 창업자를 모집,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서울에 글로벌스타트업센터(GSC)를 개소해 외국인 창업 전반을 돕고 있다. 관련 비자 취득을 지원해 체류 기간을 늘려주고, 법무사를 연결해 법인 설립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를 모두 지원한다.
경남 김해시 산하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도 ‘외국인(노동자) 연계 수출 길라잡이 육성 사업(가칭)’을 추진, ▷국내 창업 ▷바이어 및 창업 아이템 발굴 ▷글로벌 무역 등 창업 컨설팅 ▷해외 인력 수급 확보를 위한 외국인 취업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해에 등록된 외국인노동자만 1만 명에 달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해의생명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다문화 인력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소중한 경제적 자산이다. 상당한 고학력자들도 적지 않고 현지 사정도 잘 안다”며 “이들이 창업하면 출신국과 주변국 시장을 개척해 새로운 무역·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기업의 매출 증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도 외국인 등 다문화인력 창업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은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 프로그램 등을 진행, 부산 창업 생태계를 탐색할 수 있게 했다. 창업 컨트롤타워인 부산기술창업투자원도 출범한 만큼 중기부와 협력해 창업을 준비하는 다문화 인력이나 창업가 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창업 및 장기 정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외국 기업 유치와 함께 국내에 있는 외국인 혹은 이민자 출신 창업가들이 부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편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이라며 “이들에게 창업 생태계를 소개하고, 지역 스타트업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는 등 협업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공동기획=국제신문, 부산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