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7시32분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해수욕장. 2025년 첫 햇살이 푸른 바다를 물들였다. 미포항 쪽에서 붉은 해의 일부가 등장하고, 이내 빠른 속도로 둥근 형태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인파는 박수와 함께 환호를 질렀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지인에게 영상통화로 현장 분위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인파 사이에선 “2025년 대박 납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 같은 목소리도 나왔다.

2025년 을사년을 맞이한 1일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이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하고 있다. 이원준기자windstorm@kookje.co.kr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로 오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이 지정되면서 이날 해돋이 현장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부산도시철도 해운대역에서 해운대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구남로에 설치된 트리와 조명은 모두 꺼져있었고, 시끌벅적한 축하행사도 없었다.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김모(50대) 씨는 “집이 근처라 매년 해돋이를 보러 온다. 지난해에는 인파에 밀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는데, 올해는 체감상 인파가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부산 전역에 10만5500명의 해돋이 인파가 몰렸다고 추산한다. 해운대 해수욕장 2만9000명, 광안리해수욕장 2만3000명, 다대포해수욕장 2만9000명, 용궁사 1만5000명 등이다.

다소 줄어든 인파였지만 백사장과 해수욕장 인근 산책로는 새해 희망을 바라는 시민으로 가득했다. 이날 오전 체감온도는 영상 1도로 겨울치고 포근한 날씨였다. 하늘도 맑아 해돋이를 감상하기 좋았다. 이들은 목도리와 장갑 등을 착용하고 가족, 친구 등과 함께 해돋이를 보러 이곳을 찾았다.

부산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서준(17) 군은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해를 향해 소망을 빌었다. 이 군은 “올해 고3이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해인 만큼 좋은 기운을 받을까 싶어 방문했다”며 “해가 떠오르는 순간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현장을 방문한 이모(여·22) 씨는 “대학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년엔 꼭 원하는 기업에 가면 좋겠다. 가족과 지인 모두 건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와 12·3 비상계엄사태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깊어지면서 사회안정을 바라는 시민도 많았다. 호주에서 거주 중인 김진영(42) 씨는 “새해를 맞아 부모님이 계신 부산을 찾았다. 외국에 있다 보니 항공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가 더 피부에 다가왔다. 참 안타까웠다. 이 슬픈 사건을 기억하고 기리면서 올해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박재형(47) 씨는 “사회적 재앙수준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엔 걱정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여야 할 것 없이 각자의 이익만 좇다 보니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 올해엔 정치인들이 우선순위를 잘 판단해 사회가 안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근에서 가정식 덮밥 전문점을 운영 중인 이모(50대) 씨는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 문을 열었다. 이 씨는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매출이 30% 가량 준 것 같다”며 “올해엔 별일 없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나라가 안정돼야 경기도 회복되고 매출도 오를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