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했으나 재산권 행사 못해
- 부산 서구청이 직접 도로 개설
- 직원들 발로 뛰어 서류 승인도
- 주민 “완전체 된 듯 기뻐” 환영

30년 동안 ‘미준공’으로 남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등 입주민의 고충이 컸던 부산 서구 송도힐타운 아파트가 마침내 준공 절차를 마쳤다. 그 배경에는 서구의 적극 행정이 있었다.

부산 서구 암남동 송도힐타운 전경. 서구 제공

서구는 최근 암남동 송도힐타운의 주택건설사업 사용검사를 완료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용검사는 주택건설사업의 마지막 단계로 완료는 준공을 의미한다.

1개동 84세대 규모의 아파트는 1990년 9월 착공했다. 그러나 이듬 해 11월 시공사 부도로 공정률 70% 상태로 공사가 멈췄다.

주민은 십시일반으로 13억5000만 원가량을 모은 뒤 두 번째 시공사를 찾았다. 이후 시공사는 아파트 건물을 모두 지었으나 사업승인 조건이었던 진입도로 개설 기부채납을 이행하지 못한 채 부도 처리됐다. 그러던 중 1992년 6월 법원의 판결로 입주와 등기부등본 등재는 가능하게 됐고, 지금까지 주민은 미준공 아파트에 거주했다. 이에 따라 주민은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연금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등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30년 간 표류하던 건물 준공이 완료된 데에는 공무원의 적극 행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아파트 진입도로가 천마초등학교에 인접해 있고 소방도로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서구가 건축, 관리하도록 명령했는데 서구는 신속하게 예산을 편성해 폭 6ｍ, 길이 121ｍ의 도로를 개설했다.

준공을 위해선 시공사 공사확인서 등의 서류도 필요했다. 시공사가 부도 상태인 데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 확보할 길이 없었다. 안타까운 상황에 서구 공무원 5명이 직접 현장을 찾아 검토를 거쳐 승인하기도 했다. 소방시설 역시 1990년대에 지어져 현재의 기준과 맞지 않았다. 이에 관할 소방서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개선에 필요한 조언을 전달했고 기준을 충족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익명을 요구한 송도힐타운 입주자 대표는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상태였다. 주택담보대출도 안됐고, 주택연금도 신청하지 못했다. 불이익이 말도 못하게 많았다”며 “아파트 준공으로 ‘적극 행정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느꼈다. 지금까지 반쪽짜리 인생을 산 것 같다. 이제 완전체가 된 것 같다. 도움을 주신 모든 공무원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구 건축과 관계자는 “길었던 숙원사업이 끝나서 기분이 좋다. 주민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시공사 부도로 30년 넘게 사용검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까웠다. 입주민의 간절한 염원과 협조가 있어서 가능했던 성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