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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도 안전 우선 아닌가” 빈집 붕괴 뒤 주민 불안 가중

부산 빈집 팬데믹

  •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  |   입력 : 2024-10-31 18:52:50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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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최근 사고 여파 민원 증가
- 방치된 집 많은 동구 등도 우려
- 무너질까봐 지인집 피신 가기도
- 소유주 문제로 공폐가 철거 난항
- 서구의회, 빈집정비 조례안 추진

부산 서구의 재개발 정비구역 내 빈집이 무너져 주민이 대피하는 사고(국제신문 지난 10월 29일 자 10면 보도)가 발생한 가운데 원도심권 곳곳에 곧 무너질 것 같은 빈집이 방치돼 주민 안전을 위협한다. 빈집 정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소유주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위험천만한 빈집은 계속해서 방치되는 실정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에 방치돼 있는 빈집에 31일 접근을 금지하는 안전선이 설치돼 있다. 조성우 기자
31일 오후 동구 초량동 산복도로 일대. 다닥다닥 붙은 채 늘어선 주택 사이로 잡초와 덩굴이 무성하다. 이곳 일대 대부분이 빈집으로, 사람이 사는 흔적을 좀체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산복도로 경사지가 심각해 사면이 절벽처럼 깎아지른 곳도 더러 있어 더욱 위험해 보였다. 또 주택이 포진한 지대가 바로 옆 도로보다 낮아 계단을 이용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었다. 동네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초량동 주민 이모(여·70대) 씨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위쪽 지대 집들은 대부분 빈 상태”라며 “특히 도로보다 주택이 더 낮은 곳에 있어 비만 오면 침수 위험이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부산 동구 초량동 빈집 일대. 잡초아 덩굴이 집을 감싸고 내부는 텅 비어있는 빈집이 곳곳에 포진해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조성우 기자
고지대 주민에게 주변에 방치된 빈집은 생존을 위협하는 건축물이다. 지난 23일 빈집 붕괴 사고가 난 서구 아미동 한 재개발 지역 주민(70대)은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진척도 없고, 그러다보니 빈집이 무너져도 바로 대처도 못한다.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안전이 중요한 것 아니냐. 사람이 죽어야 대책을 내놓을 건가”라고 성토했다. 사고가 난 동네 출신인 차모(60대) 씨는 “누나의 바로 옆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는데 생각보다 현장 상황이 심각해 염려가 매우 크다”며 “바로 아랫집 사람은 한 차례 더 붕괴 사고가 일어날까 두려워 지인 집으로 피신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빈집 정비에서 항상 지적되는 소유주의 동의가 이번에도 관건이다. 구 관계자는 “재개발 조합은 지난해 설립해 아직 ‘이주·철거단계’에 들어가진 않았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곳을 지자체가 함부로 철거할 순 없다”며 “붕괴 빈집은 소유주와 철거 업체가 현재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구 빈집 업무 담당자는 “초량동 산복도로 등 일대 빈집 민원이 빗발치지만 해결하는 건 10건 중 1건도 힘들다”며 “거주자가 사망하면 소유권을 가진 자녀들에게 모두 연락해 동의받아야 조처할 수 있어 기초단체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장기 방치된 빈집이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정주환경을 저해한다면 소유주의 동의가 없더라도 지자체가 철거한 뒤 소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절실하다는 결론이 또다시 확인된 것이다. 서구의회 강경미 의원은 “국제신문 77주년 빈집 팬데믹 보도와 최근 사고를 보고 이 같은 법적 근거를 담을 조례안을 발의할 예정”이라며 “구가 철거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만들어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고 구는 신속하게 빈집을 정비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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