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포비아’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부산 소방이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에서 불이 난 상황을 가장해 모의 훈련을 펼쳐 화제를 모은다.
 |
|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대응 합동소방훈련이 열린 27일 부산진구 연지 래미안어반파크 입구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동식침수조를 활용해 전기차 화재 진화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부산소방재난본부는 27일 부산진구 연지래미안어반파크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민관 합동 소방훈련을 진행했다. 소방은 최근 지하 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우려하는 시민 불안이 커지자 효과적인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훈련을 진행했다. 다만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폭발과 맞먹을 정도로 위험한 만큼, 실제 불을 대신 연기를 피워 화재 상황을 가정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훈련이 시작되자 주차장 전체에 화재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5분 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고, 10시37분 소방호스를 이용한 진화 작업이 시작됐다. 동시에 나머지 소방관들은 인근 차를 덮개로 덮어 보호하고, 화재 차량 앞에 검정색 질식소화포를 펼쳤다.
훈련 시작 10분 만인 오전 10시40분, 화재 차량은 질식소화포로 완전히 감싸졌다. 현장 진화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화재 차량을 주차장 밖으로 가져나가기 위해 지게차와 견인차가 속속 도착했다. 화재 차량을 견인하는 도중에도 재발화를 막기 위해 경형펌프차가 따라다니며 물을 뿌렸다.
마침내 오전 10시55분, 화재차량은 지상 소방차 전용구역 내 마련한 이동식침수조에 들어섰다. 2분 뒤 전기차 화재 진압 마지막 단계인 침수조에 물을 채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약 50㎝ 높이인 이동식침수조 가득 물을 채우면 차량 바닥에 설치된 배터리가 완전히 물에 잠긴다. 이 배터리는 4~8시간 물에 담가둬야 비로소 완진된다.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는 진화 작업을 어렵게 하는 악조건이 겹쳐 있다고 소방은 설명한다. 대부분의 노후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의 높이는 2.3m라 경형펌프차(높이 2.35m)가 진입할 수 없고, 배터리 화재의 특성상 열폭주가 발생해 한 번 진화되더라도 재발화가 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발화 장소 내 산소가 줄어들며 불길도 함께 사그라지는 일반 화재와 달리, 배터리는 불이 나더라도 화학작용으로 계속 산소가 생성돼 자연진화되지 않는다. 게다가 배터리는 차량 바닥에 있어 소화수가 제대로 침투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부산 소방은 다양한 방안을 고안했다. 핵심은 입구 높이가 낮은 지하주차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경형펌프차 한 대의 높이를 2.19m로 조정한 것이다. 이 외에도 열폭주가 잦고 자연진화가 안 되는 특성을 고려해 이동식 침수조에 배터리를 장시간 담그는 방식으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한다. 지하주차장은 화재 연기가 잘 배출되지 않고, 인근 차량에 추가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어 이 작업은 주로 주차장 밖에서 진행한다. 또 소화수를 바닥에서 수직 방향으로 분사하는 ‘상방향 관창’을 차량 하부로 밀어 넣어 효과적으로 배터리에 물을 뿌리기도 한다.
소방은 효과적인 화재 진압만큼 소화설비를 통한 초기 진화와 연소 확산 방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조일 부산소방재난안전본부장은 “인천 전기차 화재는 주차장 내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공동주택 관계인은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