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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빚에 허덕여…‘환갑의 사장님’들 노후자금 깬다

우리의 노후 안녕할까요…누구나 올드 푸어 <3> 자영업자 10명 중 3명은 환갑

  • 권용휘 real@kookje.co.kr, 신심범 기자
  •  |   입력 : 2024-05-19 18:42:1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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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노인 대표 직업 ‘소상공인’
- 12만3240곳이 60대 이상 업주
- 불황에 매출 줄고 금융비용 늘어
- 작년 지역 대위변제액 1169억
- 전년도 329억보다 255% 급증

- 경영 부담에 작년 줄줄이 문닫아
-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사상 최대
- 한은 “취약 차주 부실 확대 우려”
- 소상공인연합회, 지원 확대 촉구

10명 중 3명. 부산지역 대표 노인 일자리는 소상공인이다. 경기 불황으로 임금노동자 상당수가 노후자금인 퇴직금을 떼일 위기에 처해 불투명하다면, 자신의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할 이들의 미래는 깜깜하다. 노후 자금을 모으기는커녕 오랜 불황으로 누증된 부담이 한꺼번에 터져 임대료와 은행 빚을 갚고자 모았던 자산을 처분하는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노인이 돼서 노숙인이 된 이들 상당수가 소상공인이었다는 점(국제신문 지난 4월 22일 자 12면 보도)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부산 노인 직업 넷 중 하나 소상공인

19일 통계청 소상공인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인 부산지역 사업체 54만1210곳 중 대표가 60대 이상인 곳은 12만3240개 업체로 22.77%를 차지한다. 전국적으로는 412만4202개 중 81만4447개 19.74%로 부산이 3% 포인트 높다. 그만큼 부산에 ‘환갑 사장님’ 비율이 높은 셈이다. 2022년 부산 60대 이상 경제활동인구 39만9000명과 비교하면, 60대 이상 경제활동 인구 10명 중에 3명은 소상공인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우리나라 환갑 사장님은 많다. 지난해 60세 이상 자영업자 수는 전년보다 7만4000명 증가한 207만300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체 자영업자 568만9000명 중에서 36.4%를 차지했다.

전반적인 인구 고령화와 조기 은퇴 후 생계형 창업이 성행하던 결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고령 자영업자 수가 많은 것은 전반적인 인구 고령화 영향이 크지만, 생계형이 적지 않다 보니 한번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나이 들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환갑 사장님의 노후는 어떨까. 경기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 부담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려 매출은 급감하고 금융비용은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부산지역 대위변제액은 1169억 원으로 전년도 329억 원과 비교해 255.32% 늘었다. 2020년 414억 원에서 2021년 280억 원으로 감소하는 듯했으나 지난해 폭증했다. 대위변제는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준 지역신보들이 소상공인이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제도다.

전국적으로도 2020년 4420억 원에서 2021년 4303억 원에 이어 2022년 5076억 원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조7126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대위변제 건수도 11만2000건으로 전년보다 261.8% 증가했다.

■연체액 급증…노후자금이 녹는다

“‘핫플레이스’라고 하는데 손님이 없어요. 다섯 명 있던 직원을 두 명으로 줄이고, 그런데도 빚이 쌓입니다. 노후준비요? 연금 저축 통장이 여러 개 있었는데 모두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지난 15일 10년 가까이 부산 민락수변공원 근처에서 횟집을 운영해 온 장모(58) 씨는 노후 준비 여부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한때는 장사가 워낙 잘 돼 작은 빌딩을 올릴 꿈까지 꿨었다. 하지만 지난해 일대가 금주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 씨는 “여기에 3%가 안 됐던 대출 금리까지 5%대로 올랐다. 더는 버틸 재간이 없는데, 가게를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했다.

장사 베테랑인 환갑 사장님의 연체액 증가율은 높다.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공개한 ‘개인사업자 가계·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연체액(21조7955억 원)은 2022년 말(14조2950억 원)보다 7조5005억 원(52.5%) 증가했고, 평균 연체율도 2.12%에서 3.15%로 1.03%포인트 높아졌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빌려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들을 말한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58.0%(2조8989억 원→4조5800억 원)로 30대(30∼39세) 62.5%(1조7039억 원→2조7691억 원) 다음으로 높았다. 연체율은 60대 이상이 가장 낮았으나, 이들이 그동안 노후 자금으로 준비했던 자산이나 예금을 처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계 상황에 내몰리다 보니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급증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부산지역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과 지급 건수는 각각 673억 원, 6134건으로 사상 최다였다. 지급액을 보면 ▷2017년 198억 원(2662건) ▷2018년 284억 원(3807건) ▷2019년 305억 원(3780건) ▷2020년 383억 원(4215건) ▷2021년 470억 원(4888건) ▷2022년 509억 원(4879건)으로 매년 급증했다. 2017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금액은 239%, 지급 건수는 130% 폭증했다. 지급 규모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한계 상황에 몰린 소상공인이 증가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소상공인에게는 퇴직금 성격의 자금으로 은행의 대출 연체나 국세 체납 시에도 압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가급적 깨지 않는 편인데도 지급 규모가 늘어난 이유는 소상공인 경영 부담이 가중되며 폐업한 경우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에도 빨간불…“대책 마련 시급”

“코로나19 때도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 그런대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기가 끝나면 사람들이 놀러도 다니고 옷 사는 사람도 많아지면 형편도 나아질거라 생각했는데 헛된 기대였습니다.”

지난 2월까지 부산 연제구에서 여성 잡화점을 운영했던 김정욱(여·63) 씨는 장사를 결국 접었다. 지난해 9월부터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서 더는 영업을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자리에서 장사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권리금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각종 대출금을 갚느라 노후자금과 함께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지역 경제의 버팀목인 소상공인이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소상공인 사이에도 경제적 재기를 돕는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형태로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비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물가·고금리 부담으로 소상공인의 대출금 상환 여력이 부족해지고 금융 시스템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 금융당국은 지원 대책 마련과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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