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여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내년 최종 정원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도 입학 정원 동결’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등 여러 안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을 비롯한 의료계는 여전히 증원 백지화로 맞서 의료 공백 사태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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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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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이 모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대정부 호소문을 내고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2026학년도 이후 입학 정원을 의료계와의 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의대 학사 일정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왔지만, 반복되는 개강 연기와 휴강으로 4월 말이면 법정 수업 일수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며 “교육부는 휴학계 승인을 불허하고 있지만 현 사태가 지속된다면 각 대학장은 집단 유급과 등록금 손실 등 학생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19일 내년도에만 각 대학이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원을 정해도 된다고 발표한 것에 관해서는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가 의료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앞서 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충남대 충북대 제주대 등 6개 국립대 총장은 지난 18일 정부에 내년도 입학 정원을 대학별 여건을 고려해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내년도 입시에서만 적용하고 2000명 증원 계획 자체는 변함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다음 달 취임하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이런) 제안만으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대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정부가 나름 고심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 방법이 아니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한 관계자도 “백지화 상태에서 정원을 논의하자는 입장은 처음과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도 “우리 여론이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 “큰 변화도 아니고 기만이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대를 운영 중인 일부 대학도 이에 반대했다. 부산대 측은 “6개 대학 총장이 건의한 내용은 내년에 한 번 감축해 선발한다는 것에 불과하고, 총정원 문제에 관한 근본적 제안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발등의 불인 의대 학생의 수업 복귀나 의료 현장의 위기 같은 중차대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대화 기구가 준비되고 있는 만큼 이 기구에서 대화로 해결돼야 할 문제라 부산대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스스로 원칙을 깨고 의료계의 저항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정부가 의료계 집단행동에 다시 굴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대 모집인원 확정을 앞두고 돌연 의대생의 수업 거부를 빌미로 기존 원칙과 결정을 번복한 채 백기를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