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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모살이로 모은 재산 기부 할머니 하늘로…가족 인계 거부에 무연고 사망 처리 ‘씁쓸’

부산 북구에 5000만 원 내놓아…요양병원서 코로나 앓다 별세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4-04-04 19:55:59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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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區, 공영장례로 마지막 길 배웅

한평생 식모살이 등 궂은 일로 어렵게 모은 전 재산 5000만 원을 기부한(국제신문 지난 2월 9일 자 2면 보도) 부산 북구 80대 할머니가 마지막 소원을 이룬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고귀한 나눔 정신을 실천해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줬지만, 사후 가족의 외면으로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오태원 북구청장(왼쪽)이 4일 故 권옥선 할머니의 빈소에서 조문하고 있다. 북구 제공
북구는 만덕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진 故 권옥선(86) 할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공영장례 방식으로 치렀다고 4일 밝혔다. 권 할머니는 지난 2월 전 재산 5000만 원을 저소득층 학생 등 불우이웃에게 기부했다. 당시 할머니는 “세상 떠날 때 가진 것 없이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는 말을 한평생 간직했다”며 “이렇게 다 주고 떠날 수 있게 돼 참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꾸렸고 가족과 연락이 끊겨 홀로 생활했다. 과거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해 가난해서 못 배운 설움을 느끼는 아이가 없도록 어려운 가정의 학생에게 기부를 결정했다.

오랜 소원을 이룬 할머니는 불과 열흘 만에 급격히 쇠약해졌다. 할머니는 지난 2월 21일 인근 요양병원에 자진 입소 의사를 밝혔고, 그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호흡곤란, 심부전 등으로 힘겨워하다 지난 1일 유명을 달리했다. 구가 할머니 휴대전화 연락처에 있던 가족에게 연락했으나 시신 인계를 거부해 무연고 사망으로 처리됐다.

구는 관내 장례식장 특실을 빌려 할머니를 모시고 공영장례 방식으로 빈소를 차렸다. 이날 빈소가 차려지자 오태원 북구청장이 조문했고, 강영선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 사무장 등 북구 직원도 연이어 빈소를 찾았다.

오 구청장은 “생전에 어르신께서 보여주신 조건 없는 이웃 사랑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살아생전 어르신의 삶은 고독했으나, 물질적 소유보다 더 큰 가치를 몸소 보여준 삶의 태도는 우리 사회에 따뜻한 불씨로 남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며 “어르신의 마지막 여정이 평안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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