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상권 직격탄…새학기에도 휑

새학기를 맞아 대학가가 고물가에 신음한다. 가격은 싸고 양은 많기로 유명한 대학가 식당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물가를 견디지 못한 채 속속 가격을 올리면서 학생들의 주머니가 더욱 얇아진다. 이런 사정으로 새학기 밤늦게 이어지는 대학가의 술자리 문화가 실종되는가 하면 학식비마저 인상돼 편의점 도시락이 대학가의 점심 대세로 자리잡을 조짐마저 보인다.

새학기를 맞은 대학가가 고물가에 몸살을 앓는 가운데 13일 부산대 앞 식당의 메뉴판 가격이 수기로 쓰여 있다. 이원준 기자

13일 부산대 인근에서 만난 조영민(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2학년) 씨는 “대학가의 밥값이 싸다는 건 다 옛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 씨는 “한 달 생활비 50만 원 중 밥값으로만 30만 원은 넘게 쓰는 것 같다. 오른 물가 탓에 식비, 그것도 끼니를 때우는 데만 한 달 용돈의 반이 넘게 녹아버리는 것”이라며 “맥주라도 한잔하면서 선후배와 친해지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점심 식사를 위해 나온 학생들로 붐벼야 할 대학가는 휑한 모습이었고,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식당 내부는 텅 빈 테이블만 눈에 띄었다. 아예 영업하지 않고 ‘임대’라는 팻말을 붙인 빈 상점도 많았다. 인근의 한 분식집 사장 A 씨는 “예전에는 간식으로 분식을 먹어 오후에도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싸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분식을 찾는다. 하루 장사는 점심 시간이 전부인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학가에서 학생들이 자주 먹는 메뉴를 비교해 보면 3년 새 약 20%가 넘게 올랐다. 부산대 인근 한 국밥집은 2021년 7000원에서 최근 8500원으로 가격을 21% 올렸다. 경성대·부경대 인근도 마찬가지다. 2021년 5000원이었던 순두부찌개는 7000원으로 올랐고, 1만 원이던 두루치기(2인분)는 1만5000원으로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외식물가는 3년 전에 비해 ▷냉면 26%(8571원→1만857원) ▷비빔밥 23%(7129원→8814원) ▷김치찌개 백반 17%(6671원→7857원) ▷짜장면 21%(5071원→6143원) ▷칼국수 29%(5857원→7557원)로, 그야말로 급등했다.

교내 학생식당의 식비도 2019년에 비해 1000원 정도 올라 5000원을 넘어섰다. 부산대생 B 씨는 “1000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산대 등 일부 학교가 운영 중인 ‘1000원 조식’에는 학생이 몰린다. 1시간만 운영하는 부산대의 1000원 조식은 하루 평균 184명, 매월 3800명에 이르는 학생들이 이용한다.

학생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대학가 상권도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대학가의 한 상인은 “대학가지만 점심시간 학교 앞 식당가에는 학생이 별로 없다. 그나마 있는 건 교직원이나 외부인 뿐”이라며 “물가가 계속 오르니 손해보면서 장사를 할 수가 없어서 가격을 올리는데, 학생들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