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 동구 좌천동 정공단로의 한 2층 주택. 이곳은 부산 출신 독립운동가 정오연 선생의 생가 터로 동구는 2017년 부산포개항가도 조성 사업의 하나로 건물 한켠에 정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을 조성했다. 선생의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비롯해 생전 발자취가 오롯이 남아 있다. 정오연 선생은 1944년 항일무장독립운동을 하다 붙잡혀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는 1944년 동창들과 함께 비밀결사 ‘순국당’을 결성해 폭약 연구책을 맡았다. 당시 영도다리에 ‘대한독립 만세’ 벽보를 붙이는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 가 광복군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일제에 발각돼 평양에서 체포됐다. 심한 고문 끝에 1945년 5월 17세의 나이로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1995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이곳은 정 선생의 제수인 이영자(81) 씨가 2018년 남편이 사망한 뒤 6년째 혼자 관리한다. 이 씨는 이 주택에 살면서 기념관을 관리하지만 혼자서 이를 도맡는 것이 역부족이라고 호소한다. 이 씨는 “(생가 터 관리가) 수익이 많이 나는 일이 아니어서 자식에게 선뜻 맡기기도 어렵다”며 “지금은 겨우 버티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관할 지자체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동구는 4000만 원 상당을 들여 기념관을 조성했고,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유지보수 예산을 편성하나, 대신 직접 관리를 맡을 계획은 없다. 생가 터가 개인 소유인 데다 유족이 여전히 관리를 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념관 조성 공사 당시 동구는 정 선생 유족과 협약을 맺었는데 ‘하자보수 기간(준공 후 1년) 이후에는 소유자가 시설물의 유지 관리를 담당한다’고 명시했다. 구 관계자는 “관리를 대신 맡아달라는 요청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관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구가 이 건물을 매입해 직접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의회 이희자 의원은 “구에서 건물을 사들여 정 선생을 비롯한 동구 출신 독립운동가 기념관을 조성하거나, 역사성을 살려 보존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