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重·시 인사교류 처음엔 당황
- 조직에 활력 넣어 서비스 질 향상
- 능력별 인재 발굴 배치로 변화시작

지난해 말 울산시와 HD 현대중공업이 깜짝 인사 교류를 발표했다. 시 공기업인 시설공단 이사장에 HD현대중공업 김규덕(54) 전무가 임명된 것. 대기업 현역 임원이 울산시 공기업 수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11일 김 이사장을 만나 인사 배경과 취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규덕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이 향후 운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먼저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전무가 업무 성격이 다른 공기업 이사장직을 수락한 배경이 궁금했다. 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에서만 29년 생활했다. 공기업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말을 CEO에게 들었을 때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왜 하필’ 보다는 ‘의외’라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공장 외벽에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고,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창업주 말씀이 적혀있다. 재직 중 저 글귀를 볼 때마다 늘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래서 내가 공공부문에서도 국가 경제나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민간 기업인의 눈으로 바라본 시설공단 모습이나 인상은 어땠을까. 김 이사장은 “사실 그전에는 시설공단에 대해 잘 몰랐다”고 입을 뗐다. 그는 “제안을 받고 이것저것 파악해 보니 문수축구경기장 울산대공원 종합운동장 하늘공원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도 이용해 본 경험이 있기에 그 시설들을 잘 관리하고 유지해서 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시설공단이 지난해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조직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런 조직이라면 대기업 근무 경험을 접목해 조금 더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방 공기업은 경영이 방만할 거란 인식이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물론 민간 대기업과 다른 점은 있다. 그러나 이윤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시민 서비스 위주의 공기업은 성격 자체부터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시설공단은 잘 운영돼 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보다 조금 더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굳이 차이라면 민간기업은 효율과 필요에 따라 매우 신속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공기업은 관련 법령이라든지 조례 규칙 규정 등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부연했다.

이날로 취임 3개월을 넘긴 그에게 조직에 변화를 주었거나 주려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김 이사장은 “공단이 지금보다는 더 생동감 있고 활력 넘치는 조직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것이 우리 시설 소비자인 시민에 대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고, 만족도가 높아지는 쪽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부임 후 몇 가지 혁신적인 운영 방안을 도입했다. 먼저 직급과 직책의 경계를 없앤 인사를 단행했다. 부여된 직위가 정년까지 보장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인사의 유연성을 더해 능력에 따라 인재를 발굴해 배치했다. 그는 “공단이 단순히 시설을 유지관리 보수하는 기능을 넘어 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시가 문화도시로 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민간과 공공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시민 모두가 만족하는 공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