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목적 지도자 상주 의무
- 커뮤니티 시설엔 배치 애매
- 주민 이용료 오를까 걱정도

부산 북구의 한 무인헬스장에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사고(국제신문 지난 8일 자 6면 보도)가 발생한 가운데 부산시가 지난 1월 시내 전역에서 무인헬스장 불법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적발된 사업장이 9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신규 아파트의 주민 편의시설인 헬스장 중에서도 체육지도사(트레이너)가 상주하지 않은 곳이 많아 이곳의 안전 관리 실태도 도마에 올랐다.

부산 동래구의 한 아파트 헬스장에 11일 ‘관리자가 없이 운영 중’이라는 안내문구가 부착돼 있다. 아파트 내 헬스장도 이용료를 입주민이 지불해야 하는 곳이라면 체육지도사가 상주해야 한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11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시는 지난달 16개 구·군에서 무인헬스장의 불법 운영 실태를 조사해 중구 5곳, 남구와 사하구 각각 2곳 등 총 9곳을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헬스장 업주들은 무인헬스장의 실태가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국의 조사 역시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부산 강서구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던 A(40대) 대표는 “지난해 인근 무인 헬스장에 손님을 뺏겨 폐업했다. 불법인 것을 알아도 잘 되면 너도나도 따라 한다”며 “일반 헬스장도 인건비 아끼려 키오스크 설치하고 밤 9~11시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추세인데, 부산시는 어디를 조사했길래 고작 9곳 밖에 없느냐”고 꼬집었다.

무인 헬스장은 정식 등록업종 명칭도 아니라 직접 방문하지 않는 이상 운영 방식을 알기 어렵다. 상호에도 무인헬스장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무인 헬스장의 단속은커녕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실제 이번 시의 실태 조사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한 북구 구포동의 무인헬스장은 적발되지 않았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과태료가 1회 적발 때 15만 원, 2회 때 50만 원, 3회 때 100만 원에 불과해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

사설 무인 헬스장과 함께 아파트 내 헬스장도 이용료를 주민이 지불해야 하는 곳이라면 반드시 체육지도사가 상주해야 한다. 체육시설법을 보면 ‘체육시설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이기에 아파트 내 무료 헬스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별도의 입장료나 이용료를 받는 아파트 내 헬스장이라면 체육시설업에 해당돼 체육지도사가 있어야 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대단지 아파트는 업체에 헬스장 운영을 위탁하거나 헬스장 등 커뮤니티 이용료를 관리비로 징수하기 때문에 체육시설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체육지도사가 상주하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게 주민의 이야기다. 강서구 주민 B 씨(40대)는 “이용료를 내고 아파트 내 무인 헬스장을 쓰는데 체육지도사가 의무적으로 있어야 하는 건 몰랐다”며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불안하지만, 반대로 체육지도사가 있으면 인건비가 들고 그러면 주민에게 이용료를 더 걷어야 하니 그것도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헬스장도 사설 헬스장과 마찬가지로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응급조치나 병원 이송 등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법에 규정한 대로 체육지도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성대 최승준(스포츠건강학과) 교수는 “IT 기술과 융합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활력 징후’(바이탈 사인)를 체크하는 등 대안을 고려할 순 있겠지만, 기기조작이 서툰 고령의 이용자 등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선 체육지도사가 상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법에 따라 체육시설업으로 등록된 사업장은 반드시 체육지도사가 상주해야 한다. 각 구·군에 관내 헬스장의 운영 실태와 사고 발생 위험 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