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경찰서는 최근 젊은 신혼부부들의 잇단 방문으로 분주하다. 이 신혼부부는 심각한 표정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경찰서를 나설 때만큼은 누구보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손에 외장하드를 꼭 쥔 채 눈물을 글썽거리는 여성도 있었다. 이들은 결혼 영상 업체로부터 ‘먹튀’ 사기(국제신문 지난해 11월 21일 온라인 보도)를 당해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식 영상과 사진을 모두 잃어버릴 뻔한 신혼부부들로, 경찰이 이 업체를 압수수색한 뒤 영상과 사진을 복원하면서 신혼부부들에게 돌려주는 ‘사상경찰서 결혼영상 복사소’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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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부산 사상경찰서 수사과 내 마련된 임시 ‘결혼 영상 복사소’에서 복사 작업에 한창인 모습. 부산 사상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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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경찰서는 최근 결혼식 영상 촬영 계약금만 챙기고 영상을 주지 않은 사상구 주례동의 결혼 영상 업체를 수사하면서 압수수색한 노트북 등에서 사진과 영상을 복원해 지난달 말부터 피해자들에게 영상 복사본의 지급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복원한 사진과 영상은 신혼부부 113쌍의 결혼식과 식전 웨딩 촬영을 담았는데, 경찰은 현재 20쌍의 신혼부부에게 ‘소중한 선물’을 전달했다.
사상경찰서는 지난해 9월부터 사기 혐의로 결혼 영상 업체 대표인 30대 A 씨를 수사한다. A 씨는 40만~60만 원의 저렴한 가격과 관공서 작업 경험 등을 홍보하며 영상 계약을 대거 따냈다. A 씨는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거나, 당일에 촬영한 영상 등의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410명 안팎으로, 피해금액만 1억7000만 원 상당에 달한다. A 씨는 신혼부부들에게 이 같은 사기 행각을 일삼은 뒤 해외로 도주했다. 경찰은 A 씨가 지난해 7월부터 태국에 잠적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범죄 피해액이 인터폴 국제공조 수사 기준 금액에 미달돼 수사에 애를 먹는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신혼부부들은 결혼식 영상이라도 찾을 방법을 경찰에 문의했고, 압수수색을 통해 경찰이 이 같은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다만 결혼식 당일 A 씨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영상조차 없는 신혼부부들은 속만 태운다.
경찰은 작업 초반에는 밀려드는 문의로 수사과 업무가 힘들 정도였으나, 지금은 순번을 정해 복사 작업을 차례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용량 원본 영상을 복사하는 작업이라 한 영상당 2,3시간은 족히 걸려 하루에 복사할 수 있는 영상이 4, 5개가 최대다. 이에 15쌍을 한 조로 묶어 2주 단위로 복사 작업물을 순차적으로 전달한다. 별도 예산을 들여 전문업체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 탓에 수사과 책상에 복사용 노트북 2대를 두고 임시로 ‘결혼 영상 복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복사 도중 작업물이 날아가는 걸 막기 위해 ‘충격 접촉 주의’ 안내문도 붙인 채 작업에 몰두한다.
사상경찰서 박건홍 수사과장은 “처음에는 복사하다 파일이 날아가는 등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지만, 평생에 다신 없을 귀중한 순간을 영상으로 간직하고 싶은 피해 부부의 간절한 호소를 무시할 순 없었다”며 “영상 복사 작업을 신속히 진행해 피해 부부의 마음을 달래고 해외 도피 중인 A 씨가 적절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