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 속의 영원’ 주제 29일 개막
- 헝가리 작곡가 외트뵈시 등 편성
- 관객 얼굴 흐뭇한 표정볼때 짜릿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관객의 얼굴에서 흐뭇한 표정을 볼 때 짜릿함을 느낍니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 공연을 본 관객들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세계적 수준의 공연을 선보이겠습니다.”

김소현 통영국제음악제 예술사업부 본부장이 음악제의 방향과 특징을 말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기리는 음악축제인 ‘2024 통영국제음악제’가 ‘순간 속의 영원(Eternity in Moments)’을 주제로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통영 일원에서 열린다. ‘순간 속의 영원’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연주되는 모든 곡이 영원히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순간들이란 의미를 담았다. 통영국제음악재단 김소현(48) 예술사업부 본부장은 공연 기획부터 연주자 섭외 등 모든 분야를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로 수장이 공석이 된 상황에서 그의 역할은 더 커졌다. 최근 재단 사무실에서 김 본부장을 만나 음악제의 이모저모를 물었다.

김 본부장은 “헝가리의 거장 작곡가인 페테르 외트뵈시의 곡을 올해 음악제에 고루 편성했다. 이 곡들을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연주자인 앙투안 타메스티(비올리스트), 베르트랑 샤마유(피아니스트), 에마뉘엘 파위(플루티스트)가 연주자로 참여해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초연 공연도 관객을 기다린다. 그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추구하는 창작음악에 대한 열정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올해도 세계 초연 등 비중 있는 공연이 관객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단이 단독 위촉한 ‘스레드’와 ‘우리 주크박스가 망가졌어요’ 등 세계 초연 공연은 주목된다. ‘스레드’는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면 3D 영상화면이 실시간으로 변화 반응하는 독특한 공연이다. 시크릿 키스(2018)와 오로라(2019)는 2020년 음악제에서 한국 초연이 예정됐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는 바람에 올해 음악제에서 국내 첫 선보인다. 이밖에 윤이상이 바라춤을 소재로 불교적 깨달음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바라’ 등 수준 높은 공연이 많이 준비돼 있다.

김 본부장은 “올해 음악제는 코로나19로 4년간이나 중단됐던 프린지 공연이 함께 열려 의미를 더한다. 음악제 기간 프린지 공연을 함께할 전국의 아티스트를 공모 중”이라고 말했다. 프린지 공연은 음악제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공연 축제로 자리 잡았다가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중단됐다. 그런 프린지 공연이 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선정된 아티스트는 통영 곳곳을 무대로 록 재즈 포크 등 다양한 공연을 펼쳐 음악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올해 음악제는 위상도 한껏 올라갔다. 2022년부터 음악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작곡가 진은숙이 ‘클래식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 음악상을 지난달 수상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이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김 본부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높이 평가되는 현대음악제를 뛰어넘어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는 음악제로 더 도약해 나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후 보스턴대학에서 예술행정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아이디어를 내고 공연기획을 총괄하는 예술경영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재단의 초대 사무국장을 지낸 서울대 김승근 교수의 권유로 2006년 재단에 몸담은 후 지금까지 통영국제음악제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