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건비 포함된 장비 임대료
- 지자체 공사비 선지급 악용
- 마땅한 대응책 못찾아 기승
부산지역 지자체 등이 발주한 관급공사 에서 공사업체가 지자체로부터 선금을 지급받은 뒤 임금을 체불하는 사태가 속출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이 같은 ‘불량 업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애꿎은 노동자들만 피해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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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자료=게티이미지) |
30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산·경남에서 임금 체불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는 관급공사 현장은 모두 23곳으로, 체불 규모만 10억 원에 달한다. 공사 발주처는 부산 16개 구·군 중 절반인 8곳(동구 동래구 영도구 부산진구 강서구 연제구 금정구 남구)과 부산시 건설본부, 부산경찰청, 교통공사 등이다. 체불 대금 10억 원은 모두 건설기계 임대료인데, 노동자 인건비도 여기 포함돼 있다. 통상 건설기계 계약은 건설사가 중장비를 가진 노동자와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한다. 굴착기 등 중장비 기계는 2억 원 수준인데, 기사들은 보통 매월 200만 원의 할부금을 내야 한다. 50대의 한 건설기계 노동자는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돈을 떼일 거라 생각도 못 했다. 기계 할부금 갚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생활비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발주처인 공공기관도 체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건설사를 각종 제재를 통해 ‘응징’하려 하지만 제재의 실익이 없어 고민에 휩싸였다. 강서구는 가덕도의 한 연안정비 방제 공사 현장에서 인건비 등 각종 대금 4억 원을 체불(국제신문 지난 18일 6면 보도)한 A 건설사와 도급 계약을 해지한 뒤 해당 건설사를 부정당업체로 지정해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부정당업체로 지정을 해도 입찰 참가 자격을 1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제한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 게다가 이 같은 제재 조처를 위해서는 청문 등의 각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장 관계자들은 관급공사의 선금 지급 시스템이 이른바 ‘먹튀’를 일삼는 불량업체의 먹잇감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제재도 위협적인 수준이 못 되기 때문에 돈만 먼저 받고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인건비 등을 체불하고 잠적하는 사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공사비의 70%까지 업체에 먼저 지급한다. 매년 상반기 내 예산 60%의 조기집행을 정부가 독촉하는 데 따른 조처다. 실제 남구가 발주한 국민체육센터 2관 공사 현장에서도 구가 공사비 70%를 선지급 했으나 업체는 폐업 후 잠적한 상태다. 여기에 대표 1명이 이름만 다른 회사를 여러 개 만들어 사업마다 입찰을 시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저가 입찰로 공사를 따고 선지급 공사비를 받은 뒤 문제가 생기면 부도 처리하고 새 업체로 갈아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사비 선지급 과정에서 지자체의 철저한 감독과 제재 수위를 한껏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건설노조 부산기계지부 원경환 사무국장은 “공사비 선지급과 허술한 준공 승인 등 지자체의 소홀한 감독이 ‘먹튀’ 건설사를 키웠다”며 “애꿎은 노동자가 각종 체불로 고통받는 만큼 먹튀 건설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확실한 감독과 응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