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 사실조차 모르는 곳 많아
- “5인 미만 유지” 채용 미루기도
- 노동당국 처리업무 폭증도 문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이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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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 적용됐다. 사진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4일 부산지역 산업재해 유관기관장들을 소집해 동래구 온천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긴급 현장 점검을 진행하는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더 안전한 일터 만들기를 위한 입법 취지에도 불구, 산업 현장에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특히 산업재해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대상에 들어가면서 중처법 적용 사건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 당국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있다.
부산에서 인쇄업을 하는 A 사 대표는 “매일 아침 직원들에게 각종 안전 교육을 진행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업종의 특성상 50대 이상 고령이 많은데, 과거 자기 경험을 맹신하며 안일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안전관리자도 배치하지만 모든 걸 들여다볼 수는 없다. 아무런 대책 없이 법만 시행하면 중소 업체는 시한폭탄을 안고 계속 사업하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A 사의 고용 인력은 20명이 되지 않는다. 5인 이상 직원이 일하는 동네 빵집과 카페는 물론 찜질방과 식당 등에도 중처법이 적용되면서 현장에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새해 추가 인력 채용도 미루기로 했다. 부산의 B 커피숍 대표는 “주변 카페 업주들이 중처법을 적용한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다. 카페 특성상 별다른 사고가 나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5인 미만을 맞추기 위해 추가 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에서 중처법의 확대 적용을 받는 사업장은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기준 부산 전체 사업장은 17만8190곳인데, 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13만2997곳)을 제외한 4만5193곳에서 적용된다. 50인 이상 사업장 3208곳에 5인~49인 사업장 4만1985곳이 추가됐다.
사업장 수가 늘어난 만큼 중처법 적용 사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 사망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국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459명이었는데, 50인 미만은 267명이었고, 50인 이상은 192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건 발생 건수에 비해 노동청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 비율을 나타내는 ‘사건 처리율’은 낮은 수준에 머문다. 부산고용노동청이 2022년 1월 27일 중처법 시행 이후부터 현재까지 부산(24건) 울산(16건) 경남(40건)에서 80건의 중처법 적용 여부를 수사해 송치한 사건은 20건(부산 3건 울산 5건 경남 12건)에 불과했다. 60건의 사건은 아직 수사 중이다. 부산 울산 경남의 사건 처리율은 25%고, 전국적으로도 30%대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중처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일선 고용노동청의 사건 처리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 울산 경남 내 모든 중처법 수사 업무는 부산고용노동청이 전담한다. 중처법 확대 적용으로 인해 부산고용노동청은 산하 부산동부지청·부산북부지청·울산지청·창원지청·양산지청·진주지청·통영지청이 조사하던 안전사고 조사 업무를 맡아야 하는 것이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현재 20명 산업안전 감독관이 부산 울산 경남의 중처법 사건을 맡아왔는데, 적용 사업장이 대거 늘어 배 정도의 인력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며 “당분간 업무량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추이를 지켜보고 인력 재배치나 신규 고용 등을 본부와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가 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를 담은 개정안 처리를 놓고 재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여야 간 의견 차가 커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