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소송결과 변화 감지
- 노사 자율합의 강조 판결 잇따라
- 내달 재판부 결정 업계 영향줄듯
- 사측 “힘든 상황…노사합의 우선”
- 노조 “완전월급제 시행을” 팽팽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부산지역 택시운전사 최저임금 미지급 소송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택시업계와 운전사, 법조계의 관심이 크다. 이번 항소심은 소송가액이 16억 원가량에 불과하지만 향후 관련 판결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결정에 지역 택시업계의 운명이 달렸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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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택시운전사의 최저임금 미지급액 청구 소송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460건에 달하는 것으로 국제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진은 7일 부산역 택시 승강장에 택시가 줄 지어 서 있는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법원, 최근 판결에 변화 감지
7일 국제신문이 부산에서 관련 소송의 1심 선고를 분석했더니 전체 151건 중 원고(택시운전사)가 승소(일부 승소 포함) 사건은 110건, 패소한 사건은 41건으로 확인됐다. 다만 항소심과 상고심으로 이어진 소송에서는 대부분 원고가 승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서는 택시업계와 택시운전사 간 최저임금 미지급을 둘러싼 소송 결과에 다소 변화가 엿보인다. 부산지법 민사5단독 신민석 판사는 지난해 1월 택시 기사 31명이 부산 택시회사 26곳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신 판사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에 해당해 탈법행위로서 무효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고들은 소정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그 시간만큼 초과운송수입금(수입에서 사납금을 뺀 금액)을 더 얻을 수 있어 소정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기사들에게 불이익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노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합의라는 취지로 “택시호출 서비스의 보편화로 택시기사의 1일 주행거리는 줄고, 평균운송수입은 증가한 사정 등이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동기에 반영됐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사납금 인상도 제한됐다”고 판시했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경기도의 한 택시업체가 3개월 만에 소정근로시간을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축소한 사건을 놓고 “최저임금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법원은 이 같은 판례에 근거한 판단을 내렸다가 최근에는 노사의 자율 합의를 강조하는 취지의 판결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2월 택시업계가 신청한 최저임금법 제6조 5항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택시기사의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사납금을 내고 남은 초과운송수입은 제외하도록 규정한다. 택시운전사들이 이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자 택시업계는 “이 조항이 택시운송사업자의 계약과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업계 “다 죽는다” 운전사 “꼼수”
부산법인택시조합은 이번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9일 부산고법 앞에서 대규모 기자회견을 연다. 장성호 이사장은 “부산 노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사납금 인상을 막아달라는 택시운전사와 부산시의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15년에 걸친 노사의 합의”라며 “노사 합의의 배경과 노력은 물론 부산 택시운전사 대부분의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을 항소심 재판부에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관계자는 “2020년 운수사업법이 바뀌며 사납금은 폐지됐으나 이를 변형한 제도가 여전히 있다”며 “택시 10대 중 4대가 운행을 멈춘 건 택시운전사를 해도 생계 유지가 안 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예외 없는 즉시 지급과 함께 사측과 노동자가 모두 사는 완전월급제의 시행이 필요하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