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탁금 28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부산지법 소속 공무원(국제신문 지난 25일 자 2면 등 보도)이 20억 원 상당을 추가 횡령한 혐의가 확인돼 파문이 확산된다. 부산지법이 뒤늦게 자체 적발을 했지만 법원 7급 공무원 1명이 무려 48억 원가량의 공탁금을 빼돌린 지 1년이 지나도록 법원은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대법원은 전수조사 실시 여부를 검토하면서도 재발 방지책 마련 등에는 손을 놓고 있어 비판을 자초한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공탁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부산지법 소속 7급 공무원 A 씨의 추가 혐의를 확인하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부산지법 공탁계에서 공탁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23일까지 16회에 걸쳐 공탁금 28억5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 24일 구속됐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비슷한 기간 37회에 걸쳐 19억6000만 원도 부정 출급한 것이 추가로 드러났다. A 씨의 횡령 혐의에 적용된 피해 공탁금은 총 48억1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혐의가 있는지 적극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법에 따르면 A 씨는 피공탁자가 ‘불명’이거나, 수령 가능성이 낮은 공탁금을 노렸다. A 씨는 피공탁자 명의를 전산에서 가족 명의로 바꾼 뒤 해당 가족 계좌로 공탁금을 빼돌렸다. 이후 A 씨는 상관인 공탁관의 인감도장으로 몰래 날인해 출급 기록을 마무리하는 수법을 썼다. 사건 발생 약 1년이 지난 20일 피공탁자의 공탁금을 압류한 채권자가 공탁금을 찾으러 오면서 이 같은 범행을 인지한 부산지법은 지난 22일 A 씨를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A 씨의 가족 명의로 흘러간 공탁금은 28억5000만 원이라고 법원은 밝혔다. 하지만 추가 조사에서 A 씨의 또다른 가족 3명에게 총 19억6000만 원이 입금된 점을 법원이 인지하고 경찰에 추가 고발한 것으로 국제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A 씨가 피공탁자의 명의를 타인으로 변경할 수 있었던 이유도 파악됐다. 공탁금 오송금 방지를 위한 정보 확인 목적으로 직원에게 주어진 별도 권한과 공탁관에게만 허락된 명의 변경 권한이 연동돼 있다는 허점을 A 씨가 노린 것이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공탁금이 잘못 송금되는 것은 무척 큰일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규에 따라 직원과 공탁관이 정보를 중복 체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다만 직원에게 명의 변경 권한까지는 허락되지 않았으나 A 씨가 이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지법은 직원의 피공탁자 명의 변경 권한을 부랴부랴 삭제하면서 공탁관 인감 도용 방지를 위한 보안 강화도 마련했다. 하지만 전국 법원이 같은 시스템을 쓰고 있고, 찾아가지 않는 공탁금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공탁금 관리 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거세다. 공탁금은 소멸시효가 지나면 국고에 귀속되는 데 올해만 981억 원이 귀속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법원 공탁금 잔고는 11조 원에 달한다.
대법원은 ‘부산지법의 수십억 원 대 공탁금 횡령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도 부산지법의 자체 조사와 고발 내용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 전국 법원의 전수조사 실시여부는 아직까지 밝힐 수 없다” 면서도 “재발 방지책 마련은 사건 발생 경위 및 출급대상사건의 특성, 실무상 문제점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 시기 등 구체적 사항들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