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당 의원 더 많은데도 차질
- “구청장 정무감각 부족 탓” 지적
내년도 사업 예산 삭감을 두고 부산 영도구에서 초유의 구의회 의장 폭력 사태가 나온 가운데 동래구에서도 구와 구의회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구의회는 ‘무리한 예산 편성’이라고 주장하고, 구는 ‘행정 발목 잡기’라고 맞선다. 구 안팎에서는 여당 소속 의원이 많은 데도 엇박자가 나는 건 구청장의 정무 감각 탓이라고 지적한다.
 |
| 동래구 옛 부산기상청 부지와 건물 전경. 이원준 기자 |
27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도 동래구 예산안 중 옛 부산기상청을 보건복지행정센터로 운영하기 위한 비용 8768만3000원이 삭감됐다. 구의회는 지난달 22일 올해 2차 추경에 올라온 이 건물 리모델링 비용 24억6000만 원을 삭감했고, 이에 따라 운영비도 필요 없는 예산이라 반영하지 않았다. 구의회는 건물 노후화로 신축을 해야 하는 만큼 리모델링 비용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입장이지만, 구는 신축 전 늘어나는 보건·복지·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리모델링을 해서라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의 주력 사업인 온천천 관련 사업 예산도 전액 삭감되거나 줄었다. 구는 지역 주민을 위해 온천천 인공폭포 인근에 광장을 조성하는 사업의 실시설계용역비 2억 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했지만, 구의회는 범람이 잦은 온천천에 물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온천천 일대 빛 거리 조성을 위한 디자인·전기공사 실시설계 용역비 1억 원도 구의회는 디자인 용역부터 하자는 취지로 절반을 삭감했다. 또 2024년 CCTV 관제센터 신청사 이전 예산 비용 3억 원도 전액 삭감됐고, 구립박물관 조성 타탕성조사 용역비 7000만 원도 반영되지 못했다.
구의회는 행정부가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해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명규 동래구의회 의장은 “처음엔 구의 규모에 맞게 시작했던 사업 예산이 대거 증액된 채로 들어왔다. 방대한 예산 탓에 어쩔 수 없이 삭감했다”며 “구가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면 구의회가 제동을 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는 구의회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장준용 구청장은 “구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며 견제를 넘어 행정까지 하려고 한다. 행정을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며 “구의 여러 사업이 지연되면 결과적으로 구민 불편만 커질 것”이라고 맞받았다.
구 안팎에서는 구청장이 구의회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구의회에 구청장과 같은 여당 소속 의원이 2명이나 더 많다. 그런데도 사업 추진이 어려울 만큼 엇박자가 나는 건 구청장의 정치적 역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