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관련 증거인멸을 의심해 컴퓨터 연결선을 뽑았다면 법원은 이를 어떻게 판단할까?
법원은 주택조합 업무 관련 증거인멸을 의심해 조합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가 컴퓨터 연결선을 뽑은 조합원들을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3부(이봉수 부장판사)는 9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6명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 선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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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방법원 전경. 국제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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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인 A씨 등은 2020년 12월 조합 사무실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갔다. 이들은 컴퓨터 본체 연결선을 뽑았다. 서류들을 흐트러뜨려 놓는 등 조합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가 됐다.
당시 해당 지역주택조합은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장과 이사, 감사 등에 대한 해임과 직무 정지를 결의했다. 그런데, 당일 저녁 조합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는 소문이 돌자 A씨 등은 조합사무실로 찾아간 것이다.
사무실 안에는 조합 사무장과 이미 해임된 이사가 있었다. 하지만, A씨 등이 사무실 문을 개방하라고 1시간 동안 요청했으나 사무장과 이사는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았다.
이에 A씨 등은 이들이 해임된 조합장과 관련한 서류를 파쇄하는 등 증거인멸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체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컴퓨터 본체 연결선을 분리했다.
수사기관은 A씨 등이 조합 사무실에 무단 침입(공동주거침입 혐의)하고 컴퓨터 사용을 막아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중 누가 문을 강제 개방하고 컴퓨터 연결선을 뽑았는지 정확히 알거나 본 사람이 없다며 범행이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정황상 A씨 등이 범행한 것이 명확하다고 항소를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다만, 무죄 이유는 원심과 달랐다. A씨 등이 긴급하게 조합사무실에 들어가야 할 사유가 인정되고 업무를 방해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로서는 조합사무실 내에서 증거인멸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무실에 들어가서는 자료 훼손 방지를 위해 컴퓨터 선을 분리했을 뿐 집기 파손 등 폭력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또 “피고인들이 사무실에 들어간 것은 조합 업무가 종료된 이후였고, 피고인들 행위로 실제 조합 업무가 별다른 차질을 빚지도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