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해 선원 22명이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원인은 선사의 과실에 있다는 해양안전심판원의 심판 결과가 나왔다. 해양 사고와 관련한 국가기관의 심판 결과인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형사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5일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해양안전심판 재결이 끝난뒤 미수습자 가족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 껴안고 있다. 조성우 기자

5일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의 해양안전심판이 끝난 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성우 기자

부산해양안전심판원은 5일 부산해양수산청 5층에 있는 심판원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건과 관련,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과실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재결했다. 심판원은 ▷선박 창고에 불균등하게 화물을 싣는 ‘격창 적재’ ▷충실하지 못한 선박 보수유지 의무 ▷선저 바닥에 승인되지 않은 선저 폐수 저장장치 설치 등을 사고 원인으로 봤다. 심판원은 “이 사건은 구조적으로 취약해진 선저 외판이 찢기면서 발생했다”며 “선사가 보수유지 의무를 등한시하고, 허용되지 않은 ‘격창 적재’를 실시해 선저 폐수 저장장치 설치 등 관리를 소홀히 한 게 중요한 원인이 됐다”며 선사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철광석 26만ｔ을 실은 스텔라데이지호가 2017년 3월 남대서양 해역을 지나다 침몰해 22명(한국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4명)이 실종된 지 6년 8개월 만에 나온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다. 특별 행정심판인 해양심판은 선박사고 원인을 직권 조사하고, 선사나 해기사 등 과실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리는 행정절차다. 해양 사건 전문 조사관들이 사고 원인을 조사해 심판부에 넘기면, 심판부가 판단해 처분한다.

심판원은 다만 한국선급의 과실을 묻기에는 인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시정명령 대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를 내렸다. 한국선급은 선사가 선박 검사에서 ‘격창 적재’와 폐수 저장장치 설치 등을 숨겼고, 다수의 법원 판결에서도 한국선급 검사원들이 무죄를 받은 사실을 고려할 때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심판원은 판단했다. 대신 한국선급에 선령 15년을 초과한 선박의 현장 검사 때 과도한 부식과 심각한 변형을 발견하기에 충분한 검사 범위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침몰한 선박은 선령 25년의 유조선을 개조해 사용한 것이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와 미수습자 가족 등은 심판원의 재결을 반겼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심판원의 재결을 통해 책임자들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 정부는 심해 수색을 통해 미수습자들의 유해를 찾고 과학적으로 사고 원인을 다시금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심판원의 재결이 현재 진행 중인 2건의 형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폴라리스쉬핑 김완중 대표이사 등 7명이 이 사고로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김 대표는 2021년 2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또다른 관계자 7명은 업무상과실선박매몰죄·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고, 오는 20일 결심공판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