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부산 내 경찰서 정보과 대부분이 사라질 운명에 놓이는 등 치안 현장의 혼란이 가중된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으로 외국인 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국제범죄에 대응할 경찰의 외사 수사도 축소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온다.

부산경찰청 전경. 국제신문DB

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내 경찰서 정보과는 조직 개편으로 부산경찰청 소속 정보계로 기능이 흡수된다. 일선에서는 부산진·중부·연제서의 3개 정보과만 남겨두고 해운대·사하서 등 6개 권역을 중심으로 ‘광역정보계’가 통합 운영되는데, 집회 수요가 많은 지역 순으로 결정됐다. 이 같은 개편으로 지구대 등 일선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가용 인력은 25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다만 정보 수집 기능 외에도 지역 내 분쟁 조정·집회와 시위에서의 질서 유지를 위한 조율 등 정보과의 기능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놓고 경찰 안팎의 우려도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산경찰청이 중부서 대신 동부서에 정보과를 남겨두는 것으로 조직개편 내용을 변경하는 방안을 경찰청에 전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영사관 등 집회 수요가 많은 주요 기관이 동부서 관할에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지만 정보과를 유지할 경찰서가 하루 아침에 바뀌면서 현장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A 정보관은 “정보과가 없어지는 마당에 정보 업무를 맡아봤자 승진 등 인사에 유리한 점도 없을 테니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외국인 범죄 대응을 전담하는 외사과 업무도 쪼개진다. 외사과는 ▷국제수사업무 ▷다문화가정보호 ▷국제기관 정보 수집 등의 활동을 벌였지만 이 기능이 각각 수사과 범죄예방대응과 정보과로 이관된다. 외사과는 외국인 노동자이 많이 거주하는 산업단지 주변이나 도심 외곽의 치안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지난 9월 기준 18만2613명으로, 1년 전(5만174명)보다 2.5배가량 늘었다.

이와 함께 이번 조직 개편으로 강력범죄수사대도 형사기동대로 재편된다. 그러나 최일선 수사 인력을 형사기동대로 끌어오는 방안이 고려돼 애초 개편 목적인 치안서비스 개선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형사기동대는 강력범죄수사대보다 인원이 늘 예정이며, 일선 경찰서 등에서 약 20명의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본청에서 최일선 치안 행정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진행하지만 지역의 실정이 개편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