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구와 BPA 관리권 입장차
- 서로 힘겨루기 하며 개통 늦어져
- 시민 “도로 다 닦아놓고…” 분통

이른바 ‘부둣길’로 불리는 부산 충장대로가 출퇴근 시간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충장대로와 북항재개발 사업지를 연결하는 도로를 닦았지만 부산항만공사와 중구·동구가 이 도로의 관리권 이관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도로 개통이 지연되는 탓이 크다.

부산 중·동구의 충장대로와 북항재개발 지역을 연결하는 이순신대로의 개통이 지연되는 가운데 23일 충장대로 일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23일 오전 8시 부산역 뒤 10차로의 충장대로(중구 중앙동사거리~남구 동천삼거리)는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차량 정체는 부산세관 앞 교차로와 롯데백화점 광복점 앞 부산대교까지 이어졌다. 이 도로에서 약 1㎞를 지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30분. 영주고가도로 진출입로로 인해 차로가 줄어드는 구간에서는 최악의 정체 현상이 벌어졌다. 여기에 내년 6월까지 진행되는 지하차도 공사까지 더해지면서 이곳은 교통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년 1월 공사가 끝나는 이순신대로의 3구간 현장.

50대 직장인 A 씨는 “수년 동안 다대포에서 부산역 인근까지 출퇴근을 하는데, 최근 들어 차가 더 밀린다”며 “북항재개발 공사 때문이라고 하던데, 도로에 허비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짜증난다”고 말했다.

충장대로의 교통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근 이순신대로(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부산본부세관 앞, 2.3㎞)의 조속한 개통이 절실하다는 게 운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북항재개발 1단계 지구와 충장대로 등을 잇는 이순신대로의 3단계 공사 구간 중 1구간(692ｍ)은 개통했지만 충장대로 교통난 해소의 핵심 역할을 할 2구간(1249ｍ)은 미개통, 3구간(362ｍ)은 공사 중이다.

문제는 이순신대로 3구간 중 길이가 가장 긴 2구간이 지난 3월 준공됐지만 도로 관리권 이관 여부 등을 놓고 관계 기관의 업무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도로 시설물 하자·점검 등 유지관리비를 놓고 이순신대로를 시공한 부산항만공사와 도로 관리권을 갖게 될 중구·동구 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중구와 동구는 가뜩이나 예산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유지관리비 없이 대형 화물차량이 많이 다니는 이순신대로의 관리권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도로의 하자보수 기간(2년)이 지나자마자 유지관리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체 예산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부산항만공사에 도로 유지관리비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산항만공사는 현금성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도로 유지관리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자체와 부산항만공사가 입장 차를 조율해야 할 부산시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시 관계자는 “교통체증에 따른 시민 불편을 덜기 위해 이순신대로 2구간의 임시사용승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안부두 앞 삼거리가 있는 대교로와 맞닿아 있는 이순신대로 3구간(연안여객터미널~부산항만공사)의 조기 개통을 요구하는 여론도 비등하다. 특히 3구간이 육안으로 보기에 도로 포장과 차로 도색 등의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여서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시민의 분노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택시 운전사 김모(65) 씨는 “영도에서 부산역 갈 때마다 두렵다. 그런데 교통체증보다 그 옆에 도로를 다 닦아놓은 것처럼 해놓고 통제하는 것을 보면 더 열이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