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법상 별도 처벌 규정 없어
- 지자체 시정 명령도 소용 없을듯
- 동래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도
- 수 백년 소나무 7그루 벌목 위기
부산 해운대구에서 가지가 모든 잘린 채 몸통만 남은 조경 수목이 잇따라 발견돼 주민의 원성이 자자하다. 해운대구는 뒤늦게 원상 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벌목 수준에 가까운 가지치기로 수목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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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 상가 앞 느티나무 4그루가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해 몸통만 남아 있다. 김민정 기자 |
22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한 상가 앞. 모든 가지가 ‘댕강’ 잘린 채 몸통만 남은 느티나무 4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다. 수령 26년, 직경 30㎝의 아름드리 나무들이었지만 마치 통나무 조각 같은 모습이 됐다. 150m 떨어진 인근 상가 앞 느티나무 2그루도 같은 모습. 이런 모습이 안타까운지 지나는 주민마다 나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주민은 “높이 솟은 모습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나무들인데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건축법에 따르면 200㎡ 이상 대지에 건물을 짓는 건축주는 대지 용도·건축물 규모에 따라 조경 기준치를 충족해야 한다. 느티나무 6그루 역시 1997년 상가 조성 때 심어졌다. 지난달 건물 관리소는 나무가 상가 간판 창문 등을 가리고 전봇대와 가까워 위험하다는 이유로 가지치기를 했다. 문제는 몸통만 남긴 채 모든 가지를 잘라 외양이 흉측해진 것은 물론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이 나무들이 고사하면 상가는 건축법상 충족해야 할 조경 비율 기준을 맞추지 못한다. 이에 구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새 나무를 심어 조경 비율을 맞춘다고 해도 이미 훼손된 나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환경단체 등의 반발은 여전하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좌동의 또 다른 상가 건물 앞 히말라야시다 4그루도 가지치기로 고사했고, 다수 아파트 단지 내 수목도 비전문가에 의해 무분별한 가지치기를 당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현행법상 제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자체가 관리하는 가로수와 달리 건축주가 심은 조경 수목은 사유재산이어서 가지치기와 관련한 별도 허가 및 처벌 규정이 없다. 해당 상가 역시 법적인 위반 사항은 없고, 원상복구를 하지 못하면 이행강제금만 부과될 뿐이다. 부산생명의숲 김영춘 공동대표는 “해운대 그린시티 조성이 30년에 가까워지면서 당시 심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말 그대로 ‘그린시티’가 되고 있다. 그런데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 등으로 무분별하게 나무를 자르는 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며 “사유재산이라도 조경수목은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공공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해운대구는 “부산시에 관련 조례가 있어 주기적으로 조경수 상태를 살펴보고 있으나 인력 한계 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법이 우선적으로 개정돼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며 “앞으로 사유재산이라 하더라도 과도한 가지치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동래구 금강공원 인근의 수 백년 된 소나무 7그루도 근처 아파트 도로공사로 벌목 위기에 처했다. 지하 매설물 등으로 인한 이식 어려움으로 벌목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부산시 임우회 관계자는 “수령이 150~250년이나 된 나무들이라 조경용 수목으로 활용 가치가 우수하다”며 “아파트 내부로 이식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