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의 최고위직 간부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요구했다는 의혹과 관련,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간부는 부산시와 도시공사의 감사가 시작되기 직전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의원면직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도시공사가 해당 간부를 의원면직한 뒤 불과 이틀 만에 감사에 착수하면서 ‘도피성 사직’을 사실상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산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본부장급 최고위 간부 A(60) 씨는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각종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직책에 근무했던 A 씨가 의원면직(자진퇴사) 처리된 시점은 지난 1일. 불과 이틀만에 최고위직 임원이 사직 처리된 셈이다. 도시공사는 A 씨가 지난해 건강이 악화됐고, 최근 개인사정 등을 이유로 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A 씨의 의원면직한 지난 1일 행정안전부는 A 씨의 비위 의혹을 접수하고 이를 부산시에 통보하기로 결정한 뒤 다음 날 이 내용을 부산시 감사위원회로 전달했다. 행안부는 공식 결재 과정을 거쳐 시로 관련 내용을 이첩한 만큼 제기된 의혹이 확인해야 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감사위원회도 지난 3일 이를 도시공사 청렴감사실로 이관했다. 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A 씨의 향응·금품 요구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도시공사는 시의 감사 실시 통보가 A 씨의 의원면직 일주일 뒤인 지난 7일에 공식적으로 실무 부서에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주말을 지나 도시공사 담당부서에 공유됐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임기를 1년이나 앞둔 최고위 간부의 비위 의혹과 관련한 내용을 도시공사가 나흘이 지나서야 확인하려 했다는 점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일부 간부는 감사 관련 내용이 ‘별첨’ 처리 되어 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A 씨는 감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의원면직 처리되면 원칙적으로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무원은 징계 절차나 수사의 진행이 없어야만 의원면직이 가능하다. 면직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약 2주가 소요된다. 이 때문에 A 씨의 사의 표명 이튿 날 그를 의원면직한 도시공사의 조처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공무원과 달리 공기업 임직원은 해당 기관의 감사실에서 문제 없다는 게 확인되면 즉시 의원면직이 가능하다”며 “이런 사례는 공사 창립 이래 처음인 탓에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A 씨의 입장을 듣고자 수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김준용 조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