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Paju Walk, 훔친 중공군 나팔…英 글로스터엔 한국전 자취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18> 영국서 찾은 한국전 기록

Paju Walk : 경기도 ‘파주’를 붙인 지명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3-11-05 18:45:31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임진강 전투 참전 글로스터 연대
- 600여 명 중 생존자 67명 불과
- 2013년 파주 시민들 성금 모아
- 영국 유일 한국전쟁 전시관 마련

- 모든 참전자 이름 새긴 ‘임진 롤’
- 포로로 잡혀있을 때 만든 십자가
- 임진강전투 현장 체험 모형까지

- ‘임진배럭’ 등 韓 관련 지명 부여
- 파주시는 코로나 때 키트 지원도
- “인연 계속 … 전시관 더 키울 것”

영국에서 한국전쟁의 발자취를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도시 중 하나는 글로스터다.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글로스터셔주의 글로스터에는 ‘임진 배럭(Imjin Barracks)’ ‘파주 길(Paju Walk)’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을 찾아볼 수 있다. 글로스터 중심부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는 영국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 전시관이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길에서 만난 글로스터 주민도 아직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있다.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 인근에서 만난 킴 캐런(여·52) 씨는 “한국전쟁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한국과 북한의 좋지 않은 분쟁이었다. 지금의 한국은 외국과 교류하면서 지내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아 자유가 없는 북한 사람의 안위가 굉장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영국 잉글랜드 글로스터셔주 글로스터의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 한국전쟁 전시관에 전시된 물품들.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 전시된 제임스 파워 칸 중령의 포로 생활 모습.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의 어린이 체험 시설에 마련된 임진강 전투 현장 모형. 김태훈 PD
■영광스러운 글로스터

영국의 유일무이한 한국전쟁 전시관이 있는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을 찾았다. 이곳은 1694년부터 현재까지 글로스터셔 지역 군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한국전쟁도 전시관을 따로 마련할 만큼 비중 있게 다룬다. 글로스터셔 연대가 한국전쟁에 참여해 치른 임진강 전투(설마리 전투) 때문이다.

1951년 4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일원에서 펼쳐진 임진강 전투는 글로스터셔 연대가 중공군 3개 사단에 맞서 싸웠던 혈전이다. 피해는 심각했다. 글로스터셔 연대원 600여 명 중 500여 명이 포로로 잡혔다. 생존자는 단 67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울로 진격하던 중공군을 3일간 저지하면서 다른 아군 부대가 서울 방어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이 전투로 글로스터셔 연대는 ‘영광스러운 글로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박물관 내 한국전쟁 전시관에 들어서자, 임진강 전투와 관련 자료를 바로 볼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쟁 포로가 된 글로스터셔 연대 제임스 파워 칸 중령의 이야기였다. 칸 중령은 임진강 전투에서 포로로 잡혀 18개월 넘게 독방에 감금됐다. 온갖 고문과 회유 속에서 칸 중령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산 화강암 덩어리와 녹슨 못을 사용해 원과 십자가가 결합한 형태의 ‘켈트 십자가’ 조각을 만들었다.

켈트 십자가는 포로로 잡힌 다른 장병의 미사를 보는데 사용됐고, 그들만의 종교 행사는 포로수용소에서 사기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후 그해 10월 14일 다른 포로와 함께 글로스터로 무사히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칸 중령은 켈트 십자가 조각을 영화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한 글로스터 대성당에 헌정했다. 현재 박물관에는 모조품이 전시돼 있다.

임진강 전투에 참전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임진 롤(Roll)’도 눈길을 끌었다. 전사자뿐만 아니라 전투에 참전한 모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영국군의 신부, 조리사 등의 이름도 있다. 보통 전사자만 따로 새기지만, 모두의 이름을 넣어 전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중공군이 소통할 때 썼던 나팔도 전시돼 있었다. 글로스터셔 연대 소속 군인이었던 바스(Bass) 씨는 1951년 2월 16일 중공군으로부터 이 나팔을 훔쳐, 힘차게 불었다. 당시 영국군이 중공군의 나팔 소리에 심리적으로 동요할 때가 많았는데, 바스 씨가 나팔을 훔쳐 불면서 다른 영국군 전우는 위로와 격려를 느꼈다. 갑작스러운 나팔 소리에 혼돈을 느낀 중공군이 총격과 포격을 잠시나마 멈추는 효과도 있었다. 이외 한국전쟁 때 쓰였던 태극기, 중공군 소총, 글로스터셔 연대 배지, 훈장 등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별도의 공간에는 임진강 전투 현장이 작은 모형으로 제작돼 어린이 체험 시설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는 망원경으로 전투 현장을 살펴보면서 영국군과 중공군 탱크를 찾는 놀이를 할 수 있다.

■글로스터와 파주의 인연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서 글로스터 부두로 이어지는 파주 길의 안내판.
박물관에 관한 추가 설명을 듣기 위해 매튜 홀든(38)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우선 한국전쟁 전시관 조성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2013년에 파주 시민의 성금으로 이곳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우리는 파주시와 굉장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는 안전 키트 10만 개를 보내오기도 했어요. 글로스터 시민도 이런 일에 감사를 표합니다. 한국전쟁 때의 인연이 계속돼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어 한국전쟁에 관한 자신의 소신도 전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국가 간 분쟁이란 게 굉장히 소모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최근에 한국을 방문해 젊은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과 이야기해 보면 한국과 북한은 이제 너무 다른 나라가 됐습니다. 통일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근데 다르다고 해서 평화롭게 못 지낼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 방문 때 찾았던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받았던 느낌도 이야기했다. “유엔기념공원은 감동적이면서 슬프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국전쟁과 관련한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어 여기서 경의를 표할 수 있단 사실이 굉장한 영광이기도 했습니다. 영국군 등 모든 안장자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기도 했습니다. 묘지에 새겨진 이름을 볼 땐 안장자를 잃어야 했던 유가족 등의 고통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글로스터 내 한국과 관련한 지명도 더 많아지길 바라기도 했다. “저의 일에 자부심이 상당히 크기에 언젠가 글로스터의 모든 지역이나 길 이름이 한국 관련 지명으로 바뀌길 바랍니다. 영국 사람도 한국 관련 지명이 자신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라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현재 글로스터 인근의 나토(NATO) 연합 신속대응군 기지는 임진 배럭으로 불린다. 글로스터셔 군인 박물관에서 글로스터 부두로 이어지는 길은 파주 길로 지정되기도 했다. 파주에서도 감악산 출렁다리를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로 부르고 있고, 감악산 인근의 영국군참전기념비에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 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그는 향후 한국전쟁 전시관의 확대도 공언했다.

“글로스터셔 지역 군대가 참전했던 전투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지역 주민이 중요도를 매기면 임진강 전투가 항상 첫 번째예요. 임진강 전투에 참여했던 글로스터셔 연대원이 도망보다 최선을 다해 싸우는 걸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박물관은 한국과 연계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전시관을 더 크게 키울 생각입니다.”

영국=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영상=김태훈 PD

※제작지원 : BNK금융그룹

※취재협조 :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3. 3[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4. 4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5. 5‘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9. 9[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8. 8“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9. 9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0. 10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