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왕들 중 타국민들이 가장 좋게 인정했던 2세는? 나폴레옹 2세 니콜라이 2세 빌헬름 2세 팔레비 2세 람세스 2세 네브카드네자르 2세 키루스 2세 메메드 2세 펠리페 2세 찰스 2세 예카테리나 2세 레오폴드 2세 프리드리히 2세 엘리자베스 2세. 키루스와 프리드리히는 대왕으로 불려지므로 둘 중 하나다. 딱 한 명을 꼽는다면? 키루스 2세(Cyrus the Great, BC 600~530)다. 실질적인 페르시아의 창업자다. 그는 적국이었던 고대 그리스 역사가 크세노폰으로부터 이상적 모범 군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대인들로부터는 기름부음 받은 자라는 극찬을 들었다.

키루스대왕이 세운 페르시아 후신 아리안=이란

엘람왕국→메디아왕국을 이어 키루스대왕이 기틀을 다졌던 고대 페르시아는 국가경영 리더십 시스템 거버넌스 등에서 유달리 월등했다. 앞선 제국이었던 거친 아시리아나 바빌로니아 등과 비교할 때 세련된 최초의 제국이었다. 인류 최초 인권선언은 2500여 년 전 페르시아에서 시작되었다. 노예가 없었다. 자유와 여성 인권, 도로와 우편제도 등이 있었다. 2000여 년 후 우리 조선과도 크게 차이 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리스-로마 기반의 서양사 승자 관점에서 볼 때 페르시아는 야만적 이방족이다. 그리스와의 전쟁을 다룬 서양 영화에서 페르시아 병사나 왕들은 비정상인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페르시아는 서양과 동양의 중간인 중양을 대표하는 기원전 최대제국이었다. 강압적이지 않은 유연한 제국이었다.

그런데 마케도니아에 의해 멸망한 이후 페르시아 역사는 복잡다단하게 전개된다. 그 와중에 사산 왕조(226~651) 페르시아 때 인류 문화사에 길이 남은 걸출한 작품이 나타난다. 1001일 동안에 셰에라자드라는 페르시아 여인이 페르시아 궁전에서 페르시아 황제에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묘한 이야기를 밤마다 들려주는 천일야화(千一夜話)다. 페르시안 나이트로 번역되어야 마땅한데 아라비안 나이트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번역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면서 천일야화 원전에 있지 않는 알라딘의 요술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신밧드의 모험 등이 마구 짬뽕 되었다. 결국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가 되었다. 페르시아로서는 억울하겠다. 물론 아라비아 반도와 과거 페르시아 사이 움푹한 바다를 아라비아만이 아니라 페르시아만이라 부르니 피장파장 same쌤쌤이다. 허나 페르시안 나이트가 아라비안 나이트로 바뀐 손해가 더 크겠다.

그런데 1935년 이후 국호가 페르시아에서 이란으로 바뀌었으니 페르시안 나이트를 뺏긴 사건에 대해 이란 사람들은 무심할 것 같다. 페르시아라는 전통적 국명을 왜 이란으로 바꾸었을까? 이란(Iran)의 어원은 아리안(Aryan)이다. 아리안에 흠뻑 취했던 자가 히틀러다. 그는 고귀한 아리안족 후예인 게르만족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망상에 빠졌었다. 우리 아리랑과도 연관 있을지 모를 실체도 없는 허구의 아리안족이었는데…. 그가 꿈꾼 아리안족=게르만족은 없어졌다. 그런데 1979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혁명으로 세운 아리안=이란은 드세졌다. 2500여 년 전 이란인 조상인 대(大)페르시아인 키루스대왕의 관대한 관용(tolerance) 정신이 이란에 깃들기를…. 그렇지만 너무나도 강경하며 완고하니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