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공직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개설한 경남 창원시 공무원노동조합 게시판에 도를 넘는 저급한 표현이 담긴 글이 올라와 논란이다. 해당 게시판이 시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 터라 민원인을 응대해야 하는 공무원 신분에 맞지 않는 언행이라는 지적이다.

경남 창원특례시 공무원노동조합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비방성 글. 창원시 공노조 누리집 캡처

4일 창원시 등에 따르면 ‘창원특례시 공무원노조’ 누리집의 자유게시판은 조합원 3600여 명과 후원 회원 400여 명이 이용하는 여론 수렴의 장으로 행정 전산을 처리하는 내부망이 연결된 PC에서만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탓에 일부 허위 사실과 욕설이 올라오는 등 폐단도 있지만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고 이런 내부 분위기를 외부에 알리는 등 순기능이 더 많다. 이에 각 글의 조회 수가 수천 회에 이를 정도로 전국적으로도 드물게 활성화돼 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진짜 이중주차 하는 X들은 M이(가) 없나’라는 제목의 비방성 글이 게시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해당 글에서 시청사 내 부족한 주차장 문제를 거론하며 “어제 퇴근하려고 갔더니 이중주차는 돼 있고 차 밀 자리는 없고 어쩔 수 없이 전화했더니 저녁 먹으러 갔댄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주차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을 떠나 극단적인 혐오·차별·비하 표현이 난무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에서나 볼 법한 욕설을 제목에 담으면서 공직자로서 표현 방식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시민 등 외부에서도 즐겨 찾는 게시판이라 시 공무원의 이미지가 자칫 부정적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시민 강모(32) 씨는 “공직 사회 분위기를 보기 위해 종종 방문하는데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단어가 보여 놀랐다”며 “공무원이 이런 마인드로 민원인을 대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댓글에서도 ‘아니 이중주차 하면 패드립(패륜적 농담) 들어도 됩니까? M이(애미=어미) 운운하는데 여기가 일베나 디씨, 펨코 같은 게시판이에요?’ ‘말이 저급하다. 이러면 본인의 불편 사항이 제대로 관철되겠냐?’ ‘M이라니 천박한 말투 멋지네’ ‘예의 좀. 어제 전화 받은 직원과 전화한 사람은 서로 누군지 알 텐데 감당 가능한가요?’ 등 비판이 잇따랐다.

시 공노조 측은 해당 글의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나 이중주차 불편을 다루는 내용으로 자율성을 해칠까 봐 삭제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공노조 관계자는 “사실 부끄럽다. 공무원이 적은 게 맞는가 싶은 글도 가끔 보인다”며 “조회수가 3000회를 웃돌 정도로 많은 분이 이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현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욕설 자제 등을 다시 공지하고 욕설을 일부 삭제하는 방향으로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