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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가 주도한 세계 첫 국가공원…스웨덴 자랑이 되다

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시즌2 <5>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3-10-03 19:44:2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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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도시 개발 움직임 속
- 시민사회 요구로 공원법 첫 제정
- 궤적 비슷한 부산도 주목해 볼 만

- 美 뉴욕 센트럴파크의 8배 크기
- 스웨덴 동·식물 75% 규모 서식
- 연간 1500만 명 찾는 최고 명소

- 여론 형성해 민간개발 압력 막아
- 공공이 대자연 선점 좋은 사례
- 트램 등 지속가능한 관광 노력도

“스웨덴 스톡홀름 사람에게 공원은 일상이자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에 가까워요. 제 아이도 공원과 함께 커가겠죠.”

지난달 27일 낮 12시 스웨덴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벤치에 앉아 8개월 된 딸에게 이유식을 먹이던 ‘라테 파파’ 헨리크 스베뎅 씨는 이같이 말했다. 스웨덴에는 누구나 자연을 이용하고 즐길 권리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 바로 ‘알레만스래텐(Allemansratten)’이다. 이곳에서는 자연을 훼손하거나 땅 소유자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휴양과 운동을 위해 개인 사유지에도 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톡홀름 시민에게 공원과 녹지는 소중한 일상의 일부다.
지난달 27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전경. 공원 북쪽 하가브룬스바겐 지역으로 호수와 삼림, 넓은 초원이 어우러진 풍경이 인상적이다. 정지윤 기자
■시민사회서 출발한 첫 국가도시공원

스웨덴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Royal National City Park)은 연간 15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명소다. 공원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8배에 달하는 28㎢ 규모로 울릭스, 하가브룬스바켄, 유르고르덴 3개 자치구에 걸쳐 있다. 내부에는 왕궁, 박물관, 야외 민속촌 등 역사 문화 시설부터 대학교와 기술 연구소까지 다양한 시설이 있다. 거대한 규모지만 이동은 편리하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니, 15분 만에 공원까지 갈 수 있었다. 같은 경로를 저상 전기버스도 운행한다. 이날 오후 며칠 동안 흐렸던 날이 풀려 공원에는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 부모와 보행기 등을 끌고 발걸음을 옮기는 노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 내부에서 관광객들이 중앙역 방향으로 출발하는 트램을 타고 있는 모습. 정지윤 기자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의 시작은 시민사회다. 1990년대 초반 울릭스달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고층 빌딩을 짓자는 도시 개발 움직임이 불었다. 이미 1970년대와 1980년대 도시 개발로 인해 스톡홀름 녹지의 15%가 사라졌다. 이에 22개의 비정부기구(NGO)와 학계가 모여 스톡홀름 녹지를 지키기 위한 공원 지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당시 스톡홀름 내부에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했으나, 시민사회의 거센 요구에 스웨덴 환경부 장관과 여당인 사회민주노동자당이 적극 응답하며 유리한 여론을 만들었다. 의회는 1994년 12월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국가도시공원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했다.

부산과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은 시민사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 부산 시민사회도 1999년 부산공원녹지마스터플랜을 짜 ‘부산 100만 평 공원’을 부산시에 제안했다. 2009년에는 강서구 둔치도 땅 일부를 매입해 시에 기부하며 공원 조성을 촉구했다. 또 100만 서명 운동을 전개해 2012년 국회에서 공원녹지법을 개정하는 밑거름이 됐다.

■생물 종 다양성 보존의 국제적 역할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은 생물 종 다양성을 지키는 ‘녹색 쐐기’ 역할을 한다.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에는 100종의 새와 800종의 식물, 1200종 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다. 스웨덴 동·식물의 75%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유럽에서 도시 개발로 개체수가 급감하는 참나무 종이 스톡홀름 공원에 1500종 이상 보존돼 있다.

풍부한 생태계는 국가도시공원법을 지키는 스톡홀름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법에 따르면 자연적·문화적 가치를 손상하지 않는 경우에는 새로운 시설을 조성할 수 있지만 주택 도로 또는 상업적 건축물은 금지다. 공원이 포함된 3개 자치구에서는 법 제정 이후 27년 동안 민간 건설업자의 개발 압력이 이어졌지만, 엄격한 상위법에 의해 지켜졌다. 또 시민사회가 집회 포럼 등을 통해 개발 저지 여론을 형성해 자치구가 섣불리 민간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여건을 조성했다.

스톡홀름 국가도시공원은 보존 가치가 큰 자연을 민간 개발의 손이 뻗치기 전에 공공이 ‘선점’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시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이고 생물 종 다양성 보존으로 국제적 위상까지 높였다. 스톡홀름 공원은 지난해 세계 지속 가능 관광 협의회의 상을 받았고, 이를 토대로 관광 분야의 기후 행동에 관한 글래스고 선언의 서명자로 합류했다. 이는 풍부한 기수생태계를 바탕으로 겨울철 한 해 약 21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와 맥도를 국제적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생태 보존과 지속가능한 관광 조화

스톡홀름 공원은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원 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트램과 전기 버스를 운행하고 ‘로열워크’라는 앱을 활용해 공원 내 보행로를 안내한다. 또 20곳에 달하는 식당과 카페 모두 2019년부터 의무적으로 다회용 용기만을 사용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재배한 음식을 판매한다.

공원에 가니 호수와 숲, 초원 등 빼어난 경관과 역사·문화 시설이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남쪽 유르고르덴섬 공원에는 노르딕 박물관, 아바 뮤지엄 등 역사·문화 시설과 예전 왕실 전용 정원이었던 로젠달스 정원이 있다. 이날 정원 카페에는 스웨덴의 중요한 삶의 태도인 ‘피카’를 즐기는 이들로 만석이었다. 피카는 잠시 멈춘다는 의미로 케이크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가족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이날 카페에서 40년 지기 친구와 피카 시간을 갖던 조지아 데스토우니(60대) 씨는 “날씨가 화창하면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공원이 집 근처에 있는 건 행운이다”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 정지윤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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