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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배 400여 척 해안 점령…‘옛것’도 쾌적해야 자원 된다

밴쿠버에서 만난 영도의 미래 <4> ‘녹슨’ 이미지부터 벗어야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23-09-26 19:27:1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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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韓경제성장 견인한 선박들
- 댈 곳 없다는 이유로 영도 방치

- 커피거리 등 해안 핫플레이스
- 가까이 보면 곳곳 버려진 선용품
- 해안엔 쓰레기 떠다니고 악취도
- 좁고 위험한 바닷가 차로·인도엔
- 펜스 등 안전시설 없는 곳 많아

- 도시재생 창의적 시도 필요한데
- 예산 타령만 하며 관리위주 행정
- 정치권·영도구 적극적 자세 절실

부산 영도구는 섬이 갖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물론 근대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 유산을 보유해 젊은층이 선호하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사진 속의 영도와 눈으로 마주한 영도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중에서도 오래된 소형 선박 등으로 둘러싸인 영도 해안의 노후하고 관리되지 않은 모습은 영도 이미지에 손상을 준다. 아무리 멋지고 소중한 근대유산도 쾌적하고 청결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부산 영도구의 도시재생 최적지로 꼽히는 커피특화거리의 봉래나루로 앞 바다에 각종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영도의 녹슨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정비가 필요한 곳이다. 이원준 기자
■낡음의 명암

영도구의 관문에 있는 봉래나루로의 커피특화거리는 영도의 대표 관광지로, 평일 주말 구분 없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래된 공장과 창고 등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커피전문점과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고, 수리조선의 흔적도 물씬 묻어나는 닻과 쇠사슬 등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물양장 등 해안과 인접해 크기가 제각각인 선박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영도의 핫플레이스로 항상 사진에 담기는 곳이다.

그러나 도로 보행로 골목길은 녹으로 물들었고, 일방통행로 외 골목에는 버려진 선박용품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질 관리는 고사하고 해안은 기름과 쓰레기 등 부유물로 뒤덮였다. 이런 환경에서 바다 특유의 비린내와 선박이 배출하는 매연이 악취를 풍기고, 여기에 녹으로 도장된 듯한 느낌의 오래된 선박이 주는 이미지까지 더해지면서 이곳을 ‘녹 슨 영도’라고 표현하는 관광객들도 있을 정도다. 서울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부산에 여행 온 30대 부부는 “녹슨 배와 낡은 창고가 멋스럽기는 하지만 사진 한 컷 찍고 나면 끝이다. 영도 바다를 앉아서 볼 수 있는 친수공간도 없고, 미안한 이야기지만 불결한 느낌도 솔직히 든다”고 말했다.

영도 도시재생의 상징지인 깡깡이예술마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문화·관광공간과 공업지역이 공존하는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와 달리 이곳에서는 문화예술 공간과 수리조선소의 이질감이 상당하다. 깡깡이유람선 등 문화·관광시설에 수리조선소를 구경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청결·쾌적과는 무관한 환경에 마을 전체가 녹으로 도배된 듯한 느낌을 준다. 복잡하고 비좁은 데다가 관리되지 않은 도로와 시설은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안기는 한편 수리조선소 관계자들에게는 관광객을 불편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자동차의 교행이 불가능한 도로 폭에 해안과 인접한 도로에 있는 안전시설은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차량을 이용하든, 도보로 찾든 관광객들에게 불편·불안의 공간이다.

동서대 권장욱(관광경영컨벤션학과) 교수는 “옛 것의 낡음이 관광객들에게 매력을 끌기 위해서는 청결하고 쾌적해야 하는데, 지금의 영도는 낡음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근대역사·문화의 관광자원은 많지만 오래됐지만 청결과 쾌적한 이미지를 주는 장소나 자원은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오래된 유산은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지만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낡은 지역사회의 이미지만 부각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연구원 이화연 연구위원도 “원도심에는 근현대 역사자원이 분포했지만 영도는 다소 거칠어 보이는 공장 창고 조선소 등 산업 쇠퇴로 버려진 특유의 공간이 많은데 이는 모두 도시재생에 활용할 자산이다. 영도구도 경공업 공장을 활용하면서 특화 관리해 깔끔한 이미지를 갖고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으로 부상한 서울 성수동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험한 해안

봉래나루로 앞 해안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모습.
초대형 커피숍인 피아크 앞 동삼안벽은 위험한 환경으로 도마에 오른다. 이곳은 부산 앞바다의 최고 전망을 자랑하면서 연말 개관 예정인 아르떼뮤지엄 등으로 문화 예술 분야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이다. 하지만 녹으로 덮인 중형 선박이 안벽을 이용하면서 해안에서는 바다 조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안벽을 따라 펜스 등 제대로 된 안전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해질녘 이후 어두워진 환경에서 보행자가 발을 헛디디거나 사진을 찍으려다 바다에 빠질 가능성이 큰 환경이다. 해안에 붙여 자동차를 세우려는 운전자들도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이유로 안전시설을 마련하라는 지역사회의 민원이 잇따르지만 부산항만공사는 이곳은 선박의 하역 작업 등을 위한 공간이어서 안전펜스를 설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해안가 장악한 낡은 선박

안전시설이 없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동삼안벽.
해안 관광도시의 매력은 바로 눈앞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탁 트인 공간이다. 하지만 서쪽의 흰여울문화마을 앞과 남쪽의 태종대 앞을 제외한 영도 해안은 급유선과 예·부선 등 소형 선박으로 뒤덮여 있다.

부산 전체 등록 예·부선과 건설장비선, 급유선, 바지선 등 887척 중 영도 대평동물양장과 봉래동물양장에 350척가량이 정박한다. 동삼안벽과 청학안벽에 건설장비선 등 약 80척이 있다. 이들 선박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유산이기도 하지만 ‘녹이 슨 영도’ 이미지를 부각하는 결정적 요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 선박들의 정비 필요성이 수년 전부터 대두됐지만 대체 접안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논의에 진척이 없다. 여기에 부산해양수산청은 북항재개발 사업을 위해 부산항 내 소형 선박 800여 척을 영도로 옮기겠다는 계획도 발표해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박병철 아름다운 영도항 만들기 추진본부장은 “유지 보수도 안 되고 사실상 버려진 노후 선박이 영도 곳곳에 즐비하다. 조망의 문제와 함께 바다 오염도 야기하는 수준”이라며 “영도가 문화·관광도시로 도시재생에 성공하려면 이런 선박들을 정비하는 게 급선무라는 점을 주민은 물론 관광객들마저 공감하는 상황인데, 해양당국만 모른 척 한다”고 비판했다.

■지역 행정·정치력 뒷받침돼야

영도구의 도시재생 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과 영도구의 분발이 촉구된다. 예산·인력 타령으로 일관하는 관리 위주의 행정으로는 도전과 실험의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밴쿠버의 그랜빌 아일랜드처럼 문화예술관광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후하고 관리되지 않은 영도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려는 특단의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전 영도구의회 의원 A 씨는 “도시재생이라는 게 결국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공직사회는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은 선출직인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파격적이면서 창의적인 시도를 해서 공직사회를 이끌어 가야하는데, 현재의 영도 정관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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