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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32> 테베에서 테베까지 ; 끈질긴 이집트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9-25 19:33:2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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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필자가 갔었던 이집트 전역은 혼란했다. 2011년 아랍의 봄 때 물러난 독재자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최초의 민주선거로 뽑은 무르시 대통령 하야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쿠데타를 일으킨 엘시시 장군의 사진을 팔며 옹호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국이 뒤숭숭해도 관광지는 붐볐다. 그곳에서 만난 두꺼비처럼 생긴 상인들은 유난히 끈질겼다. 말을 건 손님한테 끝까지 달라붙어 끝끝내 하나 사도록 만들었다. 지구에서 가장 끈질긴 이집트인(Egyptian)이라 해도 될 만했다.

이집트 테베를 그리스 테베로 북진시킬 만큼 끈질긴 이집션.
그만큼 지구에 존재했던 나라들 중 가장 끈질긴 국가는 이집트다. 신석기 시대 이집트가 아직도 이집트다. 세계사에서 유일하다. 세계 4대 문명 중에서 가장 막강한 절대 권력자가 이집트 본거지인 나일 문명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왜 그랬을까? 나일강의 주기적 대범람은 →영양분이 풍부하도록 대퇴적→비옥한 대농지→농작물 대수확→부의 대축적→왕권 신권 군권을 지닌 대권력→대규모 인력동원을 통한 대노동→대기술 대공사에 의한 피라미드나 신전 대건축으로 이어졌다. BC 6000여 년 전 나일강 남쪽 상류에 상(上)이집트, 북쪽 하류에 하(下)이집트가 들어섰다. 신화가 혼재된 선왕조 시대다. BC 3000여 년 전 통일되었다. 본격적 왕권이 이루어졌다. 이후 초기왕조→고왕국→중왕국→신왕국을 거치며 마지막 파라오였던 클레오파트라 7세가 BC 30년 자살할 때까지 32개 왕조가 명멸했다. 이민족 지배도 겪었다. 세 밀레니엄(3×1000) 동안 수백 명의 왕(Paraoh)들이 있었다. 기원후 이집트 땅을 통치했던 로마제국 이슬람제국 오스만제국한테도 기원전 이집트는 고대왕국이었다.

그렇게나 유구한 끈질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는 서양문명의 뿌리다. 왜 그런고 하니? 이집트 중왕국과 신왕국 때 수도는 나일강 중류의 테베였다. 지금의 룩소르다. 테베의 영향력이 북진했다. 지중해 넘어 크레타섬까지 올라가 최초 그리스 문명인 크레타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 더 북진해 미케네 문명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스파르타 및 아테네와 견주었던 테베라는 도시 이름이 생긴 건 아닐까? 이집트의 테베. 그리스의 테베! 이름이 똑같은 건 우연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의 영향력이 끈질기게 이어졌다는 뜻이다. 다신교 신화인 이집트 신화가 역시 다신교 신화인 그리스 신화에 끈질긴 영향을 미쳤다. 이집트로부터 영향받은 그리스 문명이 로마 문명으로 이어지고 그리스-로마 문명은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되었다.

이집트 나일강 옆 멤피스도 미국 미시시피강 옆 멤피스와 이름이 같은 것도 우연은 아니다. 현대 서양문명의 ‘짱’이 된 미국에까지 끈질긴 영향력을 미쳤다. 오래된 세계최고(最古) 국가 이집트는 끈질긴 세계최강(最剛) 나라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낳은 아시리아나 바빌로니아가 진흙벽돌과 점토판 설형문자를 남겼다면 나일 문명이 낳은 이집트는 진흙보다 강인한 끈질긴 석조물을 남겼다. 파피루스에 적힌 이집트 상형문자는 끝내 이모티콘으로 환생했다. 지구력 세계최강(最强) 끈질긴 이집트다. 그토록 끈질겼던 이집트 상인한테 관광객이 많이 와야 할 텐데…. 요즘 처자식 잘 먹이고 살고 있을지? 팬데믹이고 기후변화고 뭐고 세상이 뒤숭숭하니…. 바로 옆나라 리비아와 달리 정국이라도 계속 안정되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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