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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부 찾아야 사망 위로금 지급? 잠자는 ‘구하라法’에 또 눈물

부산 아파트 공사장 20대 추락사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3-09-11 19:51:35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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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 태어날 무렵 부모 이혼 탓
- 모친·누나 부양 등 생계 책임져
- 민법상 위로금 부모 동의 필요
- 금액 50%는 부친이 챙기게 돼

부산 연제구 DL이앤씨 산하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20대 노동자 추락 사고(국제신문 지난달 14일 자 10면 등 보도)로 아들 고(故) 강보경(29) 씨를 잃은 유족이 사고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생계 지원을 받지 못했다. 위로금 등을 지급하려면 부모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십수년간 떨어져 살며 행방을 모르는 아버지로 인해 지급 절차가 막혔기 때문이다. 3년 가까이 국회에 묶인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故) 강보경 씨 빈소. 국제신문 DB
DL이앤씨와 강 씨 유족에 따르면 사측은 고인의 위로금으로 5억3000만 원을 책정했다. 강 씨는 지난달 11일 현장 출근 첫날에 6층에서 창호 하자 보수 작업을 하다 20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사고 직후 회사 측은 위로금 문제 논의를 시작해 금액을 정했지만, 실제 지급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강 씨의 아버지와 연락해 위로금과 관련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유족에 따르면 강 씨의 부모는 고인이 태어날 무렵부터 떨어져 살았다. 모친과 누나를 부양하는 건 강 씨의 몫으로, 누나가 몸이 편찮은 모친을 모시는 동안 강 씨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비를 벌어왔다. 그간 가족은 강 씨 부친과 왕래가 없었으며 거주지를 모른다고 밝혔다.

십수 년간 연락이 끊겼지만, 강 씨 부친도 상속권은 보장받는다. 현행 민법상 부모는 자녀 사망시 부양 의무 이행이나 생계를 함께했는지 여부 등과 관계 없이 상속권을 갖는다. 미혼인 강 씨에겐 부모가 유일한 상속자다. 부친의 확인 없이 유족에게 위로금 전부를 줄 수 없고, 부친을 찾더라도 위로금은 모친과 함께 50%씩 나눠서 지급된다. 민간 보험금에서도 유족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생전 해병대에 복무했던 강 씨를 위해 가족은 별도 수령인을 지정하지 않고 강 씨 앞으로 보험을 들었다. 이 보험금을 수령할 때도 민법상 상속자인 부친의 확인이 필요하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지급하는 산재보상 유족급여(평균임금의 52~67% 수준) 외에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생계 비용은 현재로선 없다.

결국 양육 의무를 지지 않은 부모에게는 상속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민법 개정안이 제정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다. 2020년 이후 이른바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이 몇 차례 발의됐지만 어떠한 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DL이앤씨와 유족 모두 답답함을 호소한다. 사측을 대리하는 노무법인 관계자는 “고인 아버지가 살아계시니 민법의 상속권 절차에 따라 아버지와도 합의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소재지를 몰라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회사 차원에서도 수소문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강 씨 누나는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찾느라 애를 먹을 줄은 몰랐다. 아버지를 찾더라도 가족에게 아무런 보탬도 주지 않은 그에게 동생 목숨값 절반을 줘야 하느냐”며 가슴을 쳤다.

법조계는 민법 개정 없이는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시대로 조애진 변호사는 “현재 민법으론 상속인 중 한 사람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합의가 되면 향후 얼마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로 살더라도 혈연관계가 끊기는 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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