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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정보 접근 제한에 백신 피해자 반발…野 기자회견 열고 "정부 약속 지켜라"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30>

역학조사서 일부 지자체 제한적 공개…오락가락 백신 행정

백신 피해자 긴급 기자회견…야당 “이번 국회 회기가 보루”

정춘숙 의원 “정부 내달 초 피해 종합대책 꼼수 감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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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신고 이후 이뤄지는 지역자치단체 역학조사관의 기초 조사 내용이 담긴 서류를 백신 피접종자에게 제공하지 않아 국민의 알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질병청이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 입증 책임을 피접종자에게 지우는 상황에서 이상 반응 발발 전후 진료, 투약 정보가 담긴 역학조사서 공개를 막는 것은 인과성 인정을 제한적으로 하려는 꼼수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피해자에 입증책임 지우고 정보 접근 제한하는 질병청

백신 피해자 유족인 김동명 씨는 최근 국민신문고를 통해 질병청의 역학조사서 공개를 요청(제안)했다가 거절(비제안 처리)하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질병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는 김 씨에게 “(역학조사서는) 역학조사관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사 자료를 수집해 정리한 자료와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이 포함된 자료”라면서 “공개될 경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과성 평가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서 제공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질병청은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를 근거로 들었다.

역학조사서는 백신 이상반응이 의료기관을 통해 지자체에 신고돼 접수되면 이뤄지는 역학조사 내용을 담은 자료다. 역학조사는 지자체 소속 역학조사관이 하는데, 조사서에는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자의 인적 사항과 접종 정보, 접종 이후 발생한 이상 반응에 대한 정보가 담겼다. 조사서에는 또 이상반응의 백신과 인과성 여부에 대한 역학조사관의 잠정 판단 내용과 지자체 소속 민관 합동 신속 대응팀의 회의 결과 내용이 담겨서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을 겪은 이들이나 그 가족들이 인과성 입증을 위해 이 자료를 지자체나 질병청에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정춘숙 의원과 백신 피해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가 이 자료를 질병청 불허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 김 씨는 아버지 사망 이후 질병청 피해조사전문위원회로부터 백신과 연관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뒤 재심 신청을 하기 위해 아버지의 주소지인 충남도에 역학조사서를 요청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질병청이 불허해 제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질병청에 해당 자료를 요청했으나 거절 답변을 받은 것이다. 이에 김 씨는 “인천 제주 등 타지역 백신 이상반응자는 역학조사서를 받았는데, 왜 줄 수 없다는 거냐”고 질병청에 항의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 담당자는 “비공개가 원칙인데, 당시 담당 공무원이 관련 규정을 잘 몰라서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씨는 “조사서 안에 있는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은 전문적 판단이 아니어서 공개됐을 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말이 안 된다”며 “인과성 판단에 대한 지자체 판단과 질병청 입장이 다를 경우 해명하는 게 쉽지 않으니, 질병청이 정보를 은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에 거주하는 한정애 씨도 지자체에 백신 접종 이후 남편이 숨진 뒤 질병청 인과성 심사 결과 4-2(인과성 없음) 판정을 받고 재심 신청을 하기 위해 역학조사서를 요청했으나 “내부 심의 과정에 있는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 통보를 받았다. 한 씨는 “사건 발발 초기에는 피해자들이 경황이 없다보니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된다. 인과성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상황에서 역학조사서가 초기 상황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데, 이마저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린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피해자들이 백신 접종 후 숨진 가족의 영정사진을 들고 앉아 있다.
●일부 지자체는 제한적 공개…오락가락 백신 행정

일부 지자체는 역학조사서를 공개하는데, 대다수가 역학조사관의 인과성 잠정 판단 내용과 인과성 판단 논의가 담긴 신속 대응팀 회의 내용을 뺀다. 실제 본지 확인 결과 제주도는 백신 접종 이후 숨진 이유빈 씨를 비롯한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자에게 역학조사서를 제공했다. 이 씨가 거주했던 제주도의 안성배 역학조사관은 “우리 지역은 정보공개 청구할 경우 역학조사서를 다 제공한다”며 “다만, 역학조사관 잠정 결론과 중증이상반응자의 경우 관련 도 민관 합동 신속대응팀 회의 결과 부분이 빠진 채 기초 정보만 담겨서 인과성 입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은 “백신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전가하면서 관련 정보 접근은 원천 차단하고 있는 정부의 보건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백신 피해자 단체는 정부 기관에 지속적으로 백신 이상반응 인과성 판정 심사 과정이 담긴 회의록 등을 피해자와 가족에게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담당 질병청은 묵묵부답이다. 관련 국민감사청구도 요청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김두경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회장은 “정부가 백신 인과성 심사의 문제점을 감추는 과정에서 오락가락 행정을 하고 있다”며 “전문가도 밝히지 못하는 백신 피해 입증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모순된 행정 자체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국회에는 백신 인과성 심사 과정을 공개하고 입증 책임을 정부에 넘기는 내용이 담긴 백신 피해자 구제 법안이 상정돼 계류 중이다.
31일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백신 피해자 긴급 기자회견…야당 “이번 국회 마지막 회기가 보루”

한편, 이날 코백회는 국회 소통관 앞에서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먼저 제안했는데, 이번 정기 국회 회기 안에 백신국가책임제 관련 입법을 하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코백회는 전 국민에게 백신 피해를 알리고 정치권의 관련 제도 개선을 독려하기 위한 국회 공청회를 요청했다. 김 코백회장은 “대통령에게 묻겠다”면서 “ 질병청이 세계보건기구(WHO) 규정을 내세우며 지자체 인과성 평가를 무시하고 대법원 판례도 무시하고 있다. 정부는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면서,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냐”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2014년 백신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장애 등이 원인 불명이거나 당해 예방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을 인정하는데) 족하다”고 판결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인과성 판정 심의 기간도 정해진 기간을 넘기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망자의 가족에게 보내는 인과성 심사 평가지에는 심사 신청자의 빠른 쾌유를 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법원 피해보상 승소 판결에 국민의 세금으로 항소하는 파렴치한 만행도 저질러지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일을 알고 있는 거냐”고 재차 물었다.

김 회장은 “백신 접종 부작용 사망자와 중증 피해자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국회에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질병청의 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졸속심의와 예산 지출에 대해 지금이라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국정조사를 해 둘 것을 간곡히 바란다. 피해자들의 요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록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 정 의원도 “정부의 백신 관리 등급이 4등급으로 내려가고 일상이 회복했지만, 피해자와 가족의 일상은 아직 팬데믹에 머물러있다”면서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1호 공약인 백신국가책임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이어 “국가를 믿고 공동체 안전을 위해 방역에 참여한 이들의 백신 부작용과 잠재적 부작용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법원이 잇따라 피해자 제기 소송에서 손을 들어주고 있어. 그러나 질병청이 항소를 계속하고 있다. 빨리 항소를 취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 직후 백신 피해자 가족과 정춘숙 국회의원이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정춘숙 의원 “정부 내달 초 피해 종합대책 꼼수 감시” 경고

이날 피해자들은 기자회견 뒤 정 의원과 간담회도 가졌다. 정 의원은 “오늘 정부 코로나19 관리 등급이 4등급으로 떨어졌다. 백신 피해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며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피해자 구제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22대 국회에서는 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번 보건복지위원장 재직 때 야당 간사 합의를 통해 관련 법안 통과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질병청이 반대해 추진이 더디었다”면서 “이번 회기 때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여야 의원 모두를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질병청은 다음 달 초 백신 피해 대책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관련 자문위원회 활동에 피해자를 빼는 등 조처가 문제가 됐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백신 피해 보상을 뺀 일방적인 지원책만 내놓고 백신 국가 책임제 완수 선언을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정부가 국가책임제 약속을 진짜 지키려 하는 것이라면 이런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며 “질병청 대책이 나오면 하나하나 살펴보고 분석해 입장을 내겠다”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은 더 없어지고 잊힌다. 다음 국회까지 넘어가게 되면 정말 어려울 지경이 될 수 있다”며 “피해자들도 어렵겠지만 이번에 한 번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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