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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가 성공? 느지막한 깨달음 뒤 위기의 이웃 수호천사로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33> (재)청소년행복재단 유기우 봉사팀장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8-29 18:31:5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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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까지 평범한 월급쟁이 인생
- 캄보디아 등 학교 설립 도우려
- 부모유산 기부하며 가치관 바꿔

- 퇴직 뒤 본격적 봉사활동의 삶
- 보호시설 청소년 300명 돌보고
- 빈곤 독거노인 집 수리도 해줘

- 80세 작가 등단 꿈… 매일 수련중


◇ 유기우의 인생Tip

- 이제 세속적 성공관을 멀리하고 세상에 유익하고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라


유기우 봉사팀장이 2015년 캄보디아의 바탐방신학교에 교실을 짓는 기부 봉사활동을 하고 난 뒤 학교 교직원과 기념촬영한 모습. (중간 흰 모자 쓴 이가 유 팀장이며, 맨 왼쪽 흰 모자 쓴 이가 아내 장현숙 씨)
나이 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세상살이에 지쳐 태풍 피하듯 나이 든 이가 있는가 하면 예측 불허의 삶을 즐기는 이도 있다. 나이 들어 날개 없이 추락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영롱한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이도 있다. 그런데 누군들 실패의 삶을 원하겠는가? 관건은 우리가 진정한 인생 성공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마침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일지 한 방향을 보여주는 이가 있기에 만나보았다.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부산은 외삼촌이 살고 계셨기에 자주 왔습니다. 제2의 고향이라 할까요(웃음). 저는 현재 경기도 의왕·안양 지역에서 저소득층 청소년들과 독거노인들을 돕는 나눔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번에 만난 이는 1955년생 (재)청소년행복재단 유기우 팀장(68세)이다. 그는 젊은 시절 열정적이고 성실했으나 세속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인생이모작을 설계하여 나아가는 방법과 방향이 예사롭지 않다.



-어떤 봉사활동을 하시나요?

▶위기 청소년을 돌보는 활동입니다. 폭력이나 결손가정에서 가출한 청소년들이 결국은 대개 법무부의 소년분류심사원을 통해 소년원이나 보호기관에서 관찰을 받게 되는데 저는 이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합니다. 이들이 다시 건강한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죠. 제가 속한 (재)청소년행복재단과 경기중앙교회에서 설립한 바람막이봉사센터(대표 이춘복)에는 헌신적인 분들이 많으십니다. 저는 이 두 곳의 봉사팀장으로서 우리 지역에 소재한 법무부의 몇몇 청소년보호시설에 수용된 300여 명의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이들 중 대략 60명 정도는 부모와 인연이 없어요. 보호관찰 1호에서 10호까지 받은 아이들은 따뜻한 정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친부모 역할을 대신해 아이 몇 명을 우리 집에서 보호 양육하고자 위탁가정제도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실제 얼마나 활동하시나요? 보람 있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겠군요.

▶일주일에 2~3일 정도 활동합니다. 보람요? 보람 이전에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지난번에는 자립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에 내보냈는데 교도소에 다시 들어간 아이가 있었어요. 이 세상은 결핍 청소년에게 오히려 더 냉혹합니다. 보람이라면 훌륭하신 분들과 일하는 것을 꼽고 싶습니다. 특히 (재)청소년행복재단의 윤용범 사무총장은 법무부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퇴직하신 후 사재를 털어 재단을 만들어 밤낮 없이 위기청소년을 위해 생활합니다.

-노인들을 위해서도 활동하신다고요?

▶청소년은 탈선이, 노인은 빈곤이 문제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이 수고하시지만 실제 그 수가 부족해요. 우리는 집수리도 해드리고 힘든 생활에 대해 상담도 합니다. 매년 50가구 정도를 수리해 왔습니다. 시청의 지원을 받고 있죠. 그동안 심각한 상태의 노인들을 많이 구했어요. 각박해지는 세상이라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을 보면 할 말을 잊게 됩니다.



인터뷰 중 본 그의 얼굴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았다. 더구나 열정까지 샘솟고 있으니 이타적 나눔 봉사활동은 도파민 세로토닌을 분비하게 한다는 항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에게는 확실히 동기부여가 잘된 행복한 기운이 있다.



-이 활동을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계기가 있었어요. 저의 부모님이 소천하실 때였습니다. 2011년에 소천하시자 유산이 남았습니다. 다섯 형제가 분담을 하니 각자 1억5000만 원 정도가 주어지더군요. 그때 아내가 말하더군요. “여보, 이거 우리 꺼 아니잖아. 키워주신 것도 고마운데….” 그래서 둘이 의논하여 해외에 기부할 것을 결단했어요. 마침 그 전에 교회와 재단에서 캄보디아 미얀마에 학교와 교회를 세워줄 때 함께 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건물도 없어 천막에 앉아 공부하던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그래서 받은 유산을 다 기부하셨나요?

▶네, 다 기부했죠.

-아내와 대화를 많이 하셨겠군요.

▶많이 했죠. 그리고서 삶의 가치관을 바꾸어 버렸어요. ‘세상이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강퍅한데 나 혼자만 잘 살면 뭐 하는가’라는 성찰. 그래서 이제까지 가족과 나를 위해서 살았다면 앞으로는 이웃을 위해 살자는 결심. 우리는 이미 부모님 유산을 전액 내놓았잖아요. 나눔봉사생활을 우리 부부의 생활양식으로 만들기 위해 바람막이봉사센터와 청소년행복재단에도 가입했습니다. 우리는 내 육신이 죽음으로써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방법으로 내 인생을 산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사십 대 초반부터 매일 새벽기도회를 나갔어요. 돌아보니 모든 문제가 나에게 있더라구요. 세속적인 목표를 이루는 것을 인생 성공으로 간주하는 것이 문제더군요.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성공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예나 사회적 위치보다 타인을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면 그게 성공 아닌가, 줄곧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봉사활동은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셨는지 궁금해요.

▶2014년에 정년퇴직 후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집수리 봉사를 위해서 필요한 목공 도배 분야의 기능 공부를 위해 학원에도 다녔습니다. 정신적 지원을 위해 심리학 정신의학 공부도 많이 했죠. 현재는 건축물 관리 일에서 나오는 매달 수입의 20~30%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일모작 때는 50%까지 했으나 수입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기부의 생활화도 놀랍군요. 인생 전반기에는 어떤 일에 종사하셨는지요?

▶대학 교수가 되기 위해 유학을 하였는데 현지에서 좋지 않은 일에 연루되어 결국 추방되어 버렸어요. 목표를 중단하고 중견기업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으나 IMF 때 잘려서 힘든 세월을 보내기도 했죠. 그 후 인천공항터미널 관리소장을 거쳐 SK텔레콤 교환국사 관리소장으로 2014년에 59세로 퇴직했습니다. 월급쟁이였으니 모아 둔 돈 별로 없어요. 그러나 퇴직을 5년 정도 앞둔 때 앞에서 말씀드린 인생이모작의 방향을 정립했죠. 제 자신을 위해 살지 말자. 이웃을 위해 살자라고요.

-80세에 작가로 등단하는 계획이 있다고요?

▶55세 때부터 작심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매년 30권 정도 책을 읽어왔습니다. 사회학 복지학 심리학 철학 문학 등입니다. 현재 영어 시를 번역할 정도는 됩니다. 저의 독서 목표는 사람을 돕는 것입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지식이 목표입니다. 퇴근하여 봉사활동 가지 않으면 날마다 새벽 2시 넘어 까지 책을 읽습니다.

-근자에 읽은 인상 깊은 책은 어떤 것인가요?

▶헨리 소로우의 ‘월든 숲 속의 생활’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나만의 방’도 있고요, 언론인 출신으로 여든세 살의 철학자가 불치병에 걸린 여든두 살의 아내를 간병하면서 쓴 편지인 앙드레 고르스의 ‘D에게 보낸 편지’,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그리스의 은자 히페리온’,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수전 제이코비의 ‘반지성주의 시대’는 차이에 대한 존중 배려 정신을 배울 수 있어 꼭 권하고 싶습니다. 랠프 에머슨의 ‘자기신뢰’에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서 번뜩이며 지나가는 한 줄기의 빛을 발견하고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글이 있더군요.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단련시키게 하는 이런 문구를 발견하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기쁩니다.

-80세 작가데뷔는 좀 먼데요, 70세로 당기시죠.

▶주변에서 공모전에 나가보라고들 하지만 80세에 ‘청춘’이란 시를 발표한 시인 샤무엘 울만(S.Ullman), 죽은 후 더 유명해진 페르난도 페소아(F.Pessoa)도 있습니다. 발표를 한다는 것이 조금 두려워 계속 수련하고 있습니다. 움직이지도 못할 때까지 읽고 쓰고 공부하다 죽는 것이 꿈입니다.



마더 테레사(Mother Teresa) 수녀는 “봉사에 있어 얼마나 많이 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유기우는 인생 사는 동안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평범하다면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신앙생활 중 이타적 사랑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실천해 왔다. 그리고 80세 작가 등단을 목표로 날마다 밤을 붙들고 있다. 그의 인생이모작은 지극히 비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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