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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노] 오펜하이머와 홍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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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3시간10분짜리 영화가 최근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영화관이 OTT의 기세에 눌려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이 영화의 흥행에 관심이 쏠립니다. 바로 ‘원자폭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입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3시간1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이 영화에서 매카시의 광풍이 미국 사회를 어떻게 망쳤는지를 보여줍니다. 온갖 시련을 겪었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원자폭탄을 개발해 일본과의 전쟁을 끝낸 국가 영웅이 하루 아침에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국가 영웅이 된 오펜하이머를 시기질투하던 원자력위원회 의장 루이스 스트로스는 공산당에 가입한 아내·친구들이 있다는 이유로, 과거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국군의 모금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연인이 공산당이었다는 이유 등으로 그의 보안 등급을 갱신하지 않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그를 철저히 무너뜨림으로써 복수한 것입니다. 너덜너덜해진 오펜하이머는 1967년 결국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로 지목받으면 목숨을 잃거나 일터에서 쫓겨나야 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철거 배경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장교 육성이라는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해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과 활동 이력이 있는 분을 생도 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을 평가할 때는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연해주와 만주 지역에서 활동한 홍 장군은 일본을 격퇴하기 위해 당시 일본의 적이었던 소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안창호 선생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독립운동을 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김구 등은 중국 장제스의 지원을 받아 항일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맥락을 무시하고 공산당 가입 경력만 문제 삼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입니다. 그럼 남조선로동당에 가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정부가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요. 혹자는 이명박 정권의 핵심 세력인 뉴라이트의 역사관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식민지근대화론을 지지합니다. 윤석열 정부에도 뉴라이트 인사들이 많이 참여해 이런 역사관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독립영웅이라도 공산당과 사회주의 세력과 관계가 있다면 부정합니다. 친일이라도 공산당과 사회주의 세력과 관련이 없다면, 자유시장경제적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게 이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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