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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국가책임제, '피해 보상 제외' 노골화…난데없는 '지원위원회' 등장에 논란↑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29>

저조한 백신 피해 예산 집행률…받는 이 없으면 예산 배 증액 ‘무의미’

피해자 대상 항소에 국회 비난 세례… 질병청 취하하나?

계속되는 피해자 피맺힌 절규…“포괄적 보상 아니면 그 입 다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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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숨진 이들을 지원하는 기준 마련을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운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반발이 잇따른다. 정부의 백신 국가책임제 약속 이행이 백신 피해 인정을 전제로 한 보상이 아니라 위로금 성격의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난해 백신 피해 관련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정부의 올해 백신 피해자 구제 예산 증액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백신 구제 대책, 피해 보상 외면 우려 가중…난데없는 ‘지원위원회’ 발표

26일 정치권과 백신 피해자 단체에 따르면 이런 비판이 잇따른 것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제기한 시정 요구 사항에 대해 질병청이 답변한 뒤다.

앞서 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질병청에 백신 피해보상 등을 확대하고 보상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질병청에 시정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서 백신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 사례와 관련해 (국가 정책에 동참한 국민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포함된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질병청이 지난달 국회에 보고한 코로나19 백신 피해 관련 대책과 비슷하다. 질병청은 올해 백신 국가책임제 관련 예산을 지난해(292억 원)의 배 이상 늘린 625억 원으로 책정하고 지원 대상과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자문위 활동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정하겠다는 것인데, 애초 이달 말 자문위 활동 내용을 정리해 피해자 지원 방안이 담긴 최종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질병청은 대책 발표 시기를 다음 달 초로 미뤄 보고했다. 예산과 관련해 부처 간 조율할 사항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이 이날 회의에서 밝힌 자문위 활동 주요 내용은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이들과 유족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별도의 지원위원회를 꾸려 세부 기준을 마련 중이며, 질병청 대책에는 이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인과성 판정을 받지 못해 백신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지원위원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지원위원회에서 지원 규모, 대상 등을 결정해 기존보다 백신 피해 인정을 받지 못한 이들을 더 많이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정부의 백신 책임제와 관련한 종합 대책이라는 게 백신 피해 보상이 아니라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에 대한 지원 부분에 초점 맞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 달 초 대책이 발표되면 백신 피해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질병청이 이달 초 국회에 백신 피해 구제 관련 예산 증액 계획을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사항 처리 보고서에 담아 보고했을 때도 비슷한 우려와 지적은 잇따랐다. 당시 보고서에서도 접종 이상 반응자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만 나왔을 뿐 백신 피해 보상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피해자들은 “질병청이 백신 피해 인정은 회피한 채 위로금 성격의 지원금 예산 항목만 늘린 뒤 대통령 1호 공약인 백신 피해 국가 책임제 약속을 지킨 것처럼 생색내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3일 질병관리청 청사 앞 1인 시위에 나선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유족 김현진 씨가 목놓아 울고 있다.
●저조한 백신 피해 예산 집행률…받는 이 없으면 예산 배 증액 ‘무의미’

정부의 백신 국가 책임제 관련 예산이 증액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가 백신 이상반응자 지원과 관련한 예산을 증액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집행률이 저조하면 의미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지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회에 보고된 지난해 정부의 백신 이상반응 보상금으로 편성된 예산 291억6300만 원 중 집행된 금액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9억6600만 원에 불과하다. 장애 일시 보상금의 경우 지급된 건수가 하나도 없으며, 의료비 지원 예산도 편성 당시 4536명을 기준으로 정해졌으나 실제로는 48명에게만 지급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피해자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백신 접종 피해자와 가족이 충분히 보상 지원 받았다고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올해 증액된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추가 확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백신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간간이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를 예고한 종합 대책이 접종 이후 사망자 등 일부 지원에만 집중된 것 같다”면서 “아무리 예산을 늘려도 적용받는 이가 적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부가 보상이 아닌 지원 관련 예산에만 신경을 썼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다음 달 발표 뒤 대대적인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피해자 대상 항소에 국회 비난 세례… 질병청 취하하나?

이날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지명미 질병청장이 백신 접종 이후 숨진 30대 남성의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로 2심 판결까지 받아보겠다는 뜻을 재확인해 의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 청장은 “추가 소명 없이 1심 판결을 수용하는 경우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전문위) 심의 결과를 무시하는 상황이 된다”며 “향후 전문위 구성이나 운영에도 상당 어려움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사실 판단을 위해 2심 종료까지는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서울행정법원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사망한 남성 A씨의 유족이 질병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이상반응 피해보상 청구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질병청 피해보상전문위원회는 A씨의 사망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부검 소견에 따라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해보상을 거부했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연구에서 백신 접종과 뇌졸중 및 뇌출혈 등은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연합뉴스
복지위는 질병청에 항소 취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 청장은 “단순히 한 사례가 아니고 560건의 유사 피해보상 신청이 있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피해보상 신청은 5년 이내에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 시에 백신 접종의 기준이라든지 또 금기 대상 선정 등 예방접종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쳐서 정책 운용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 청장에게 국민을 대상으로 항소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항소 취소를 요구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1심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은 인과성이 없지 않다는 판단을 명시한 것”이라며 “2심으로 끌고 가서 피해자에 다시 두 번의 죽음을 맞게 하는 고통을 주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코로나라고 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실제로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검증 못 한 백신을 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거의 강제로 접종하다시피 한 접종이고 당시와 현직 대통령도 백신 피해 관련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면서 “1심 판결을 부정하고 계속 다른 핑계를 대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도 “좀 더 피해자들을 위한, 백신 접종 과정을 충분히 반영한 전향적 기준을 갖고 항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향후 질병청이 항소 취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회의 때 질병청이 정리해 보고한 국회 시정 요구사항 요지에서 ‘질병청은 현재 백신 피해자 측이 1심에서 승소한 건에 대해 한 ‘항소를 취하하고’’로 관련 문구가 수정됐기 때문이다. 그간 질병청 보고 문건에서는 ‘항소 취하를 검토할 것’이라고 국회 시정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 지적 사항 및 시정 요구사항 요지라는 것은 국회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정리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국회 결산 보고 때 피감 기관이 해야 할 조치가 단정적으로 쓰여 있으면 통상 그렇게 따르겠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 “항소 일괄 취하를 검토하라고 시정을 요구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소송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도 “항소 취하 검토 등을 포함해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제도 개선 방안을 상임위원회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질병관리청 청사 앞 1인 시위에 나선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유족 김동명 씨가 정부의 백신 행정을 질타하며 오열하고 있다.
●계속되는 피해자 피맺힌 절규…“포괄적 보상 아니면 그 입 다물라”

이 같은 국회 안 이야기가 전해지자 백신 접종 피해자들은 “더는 정부가 말장난 같은 백신 피해 구제 정책을 펴지 말아야 한다”며 “백신 피해 인과성 인정의 포괄적 인정이 아니면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고 요구했다. 김두경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정부 대책이라는 게 피해자가 인정할 수 있어야 진정한 대책이 될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정부는 대책 마련 자문위원회조차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책이라는 것을 만들고 있다. 백신 입증책임 전환 등 우리가 요구하는 사안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이들의 자녀 2명은 지난 23일 질병관리청 청사 주변에서 각각 1인 시위를 하며 정부의 백신 행정을 질타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 이후 숨진 박명순(68) 씨의 딸 김현진 씨는 이날 질병청 앞에서 오열했다. 김 씨는 “어머니가 그렇게 되고 피해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 줄 알았으면 애초에 어머니가 백신을 2차까지 맞는다고 했을 때 말렸을 것”이라면서 “엄마에게 접종하지 말라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할 수만 있다면 접종 전 그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피해자들이 지난 2년간 광화문이나 전 대통령 사저 앞에도 가고, 침묵시위도 하고, 청원 글도 올리고 호소도 해봤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피해 인정은커녕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정부가 어떤 원망을 들으려고 지키지도 못할 공염불로 피해자와 가족을 두 번 죽이려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Z 접종 이후 숨진 김성구(70) 씨의 아들 김동명 씨도 이날 질병청 앞에서 접종 이후 사인 불명인 이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 씨 아버지는 2021년 AZ 접종 25일 만에 자택에서 급작스럽게 숨졌다. 당시 가족의 반대로 부검하지 않아서 질병청으로부터 피해 입증이 제대로 안 됐다는 이유로 백신 피해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앞서 질병청은 부검 후 사인 불명인 이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도 신설해 지원하는 등 국가 ‘지원’을 강화했다고 밝혔는데, 김 씨 가족은 부검 결과가 없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 씨는 “아버지 사망 이후 부검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뒤늦게 정부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인과성 입증 책임을 사망자의 가족에 지웠다. 기저질환 없이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며 “정부 믿고 백신 맞았다가 일을 당한 국민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고 모르는 체하는 게 맞는 거냐. 이게 나라냐”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피해 사망자 분향소에서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이 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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