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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장 국회 질타에도 '백신 재판' 항소 강행…피해자 "행정 지키려다 우리 죽인다"

국회 보건복지위, 질병청 유족 상대 항소 질타

질병청 항소 이유는 ‘행정 형평성’?

또 자문위 언급하는 질병청…국회 “그러지 말고, 포괄적 보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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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숨진 30대 남성의 유가족이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승소한 소송(지난달 11일자 국제신문 온라인 등 보도)에 대해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백신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끝까지 가서 유족을 두 번 죽이겠다는 거냐”며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국회 보건복지위, 질병청 유족 상대 항소 질타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 청장의 발언이 나온 것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였다. 강은미 위원(정의당)은 “최근 백신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재판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했는데도 질병관리청이 항소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동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지난달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사망한 남성의 아내인 김효연(34)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김 씨의 남편인 오현세(사망 당시 34세) 씨는 2021년 10월 22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하고 이틀 뒤 왼쪽 팔 저림과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오 씨는 나흘 뒤인 2021년 10월 28일 숨졌다. 김 씨는 남편이 백신 접종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질병청에 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오 씨의 사망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부검 소견에 따라 오 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내렸다. 당시 질병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연구에서 백신 접종과 뇌졸중(뇌출혈 등) 간에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제시됐음을 처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질병청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부검 결과 오 씨의 뇌내출혈 부위에서 해면혈 관종이 발견됐는데, 법원은 해면혈 관종이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사실을 짚으면서도 오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질병청은 항소 여부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동안 질병청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대리인 등은 “질병청 주장대로 기저질환으로 인해 이상반응이 생기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걸 (피해자가) 입증해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므로 (질병청이) 이를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질병청이 섣불리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지난달 28일 오전 내내 피해자와 유족들 사이에서는 질병청이 항소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백신 피해자와 가족의 바람과 달리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질병청 항소 이유는 ‘행정 형평성’?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재판부기 망인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해보상 거부는 위법이라고 판결했지만, 정부가 다시 항소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강 의원은 이어 “코로나 백신 사망자 유족들이 이 문제 때문에 너무나 화나고 힘들어한다. 제대로 관리를 해달라”며 “이런 분들이 보상받지 못해 소송했고 그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이긴 것을 이렇게 항소까지 하는 것은 저는 정말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항소를 취하하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이어 백신 부작용으로 숨진 유족에게 보건 당국이 보낸 백신 피해 판정 심의 결과서에 ‘신청하신 분이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기원한다’고 내용이 적히는 행정 오류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미 돌아가신 분이 어떻게 쾌유할 수 있느냐. 망자는 8살 딸을 둔 47살의 건강한 남편이었다. 이 공문을 받은 유족 심경이 어떻겠느냐”며 “정부가 피눈물 흘리는 유족을 조롱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공문을 보내서 유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이의 유족이 최근 받은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결과서다. 망자의 쾌유를 비는 보건 당국의 무신경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 청장은 “관련 공문은 지자체에서 보낸 것이다. 관리가 부실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향후 사망 건에 대한 공문은 질병청 차원에서 챙겨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 청장은 항소 건과 관련해선 “이번 판결은 특정 사례에 국한해 내려진 것이어서 그 내용에 따라 (피해자 보상) 기준이 재조정될 경우 다른 (피해) 사례들에 대한 국가의 처우가 영향을 미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나의 보상 요구 건을 기존 기준에 따른 조치와 달리 처리하면 다른 보상 요구 건 처리 결과와 불균형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지 청장은 “지난해 항소를 취하한 건과 달리 이번 건은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예방접종과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질병청 입장에선 사실 확인을 위한 심의가 종결될 때까지 사법부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1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뇌질환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이 질병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자 질병청은 항소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취하했다. 이후 질병청은 해당 남성에게 보상이 아닌 지원 정도의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문위 언급하는 질병청…국회 “그러지 말고, 포괄적 보상하라”

지 청장은 이날 자리에서도 이달 말 결과 공개를 예고한 백신 피해보상 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활동을 언급하며 “백신 이상 반응 피해보상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 청장은 “지난달 말 지원위원회를 구성했고 하반기 중에 여덟 차례의 회의를 통해 젊은 사례 위주로 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라며 “항소의 경우 2심까지는 사실 판단을 위한 판결이 있어 일단 사법부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위 신동근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선 통상적인 방법으로 부작용이나 후유증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신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이 통상적인 백신과 다르게 4~5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승인된 약물”이라며 “이는 사회적인 재난이나 피해로 인정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지 청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백신 접종 피해자들은 공분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정부를 믿고 시책에 참여한 국민이 피해를 보고도 구제 못 받아 사법부에 호소해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질병청은 항소로 또다시 피해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백신 피해자들의 아픔을 달래도 모자라는 질병청이 또다시 이들을 상대로 싸우려 한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면서 “유족 피해자들과 뭉쳐서 다시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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