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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피해 지원금 증액만으로 "尹 1호 공약 완수" 생색?…국회 보고서 파장↑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28>

‘지원’ 증액만 반복하는 질병청

‘보상’ 확대, 인과성 입증 책임 전환 요구 외면 여전

구제 방안 예고에 불안 고조…“지원금 주고 끝?”

내달 백신 계약서 공개 재판 항소심 최종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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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이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담긴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보상 지원 방안이 일부 공개되자 윤석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백신 국가 책임제 이행을 위한 보여주기식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를 포괄적으로 인정해 ‘보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백신 피해자의 요구가 국회를 통해 나왔지만, 보고서에는 ‘보상’이 아닌 ‘지원’ 금액을 늘리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해 담겼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백신 접종 피해를 제대로 인정하고 보상하려는 게 아니라 위로금 성격의 지원금 증액만으로 생색 내기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원’ 증액만 반복하는 질병청, 백신 ‘보상’ 확대 요구 외면?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질병청은 지난 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국정감사 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말 복지위의 질병청 국감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한 조치 내용을 담았다. 백신 부작용 국가책임제가 대선 1호 공약이었는데도 충실히 이행되지 못했으므로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지적이 국감 당시 나왔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지난해 7월 전담조직인 코로나19예방접종피해보상지원센터를 설치했다고 답변했다. 질병청은 이어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관련성 의심질환을 지정해 ‘지원’하고, 부검 후 사인 불명인 이들에게 지급하는 ‘위로금’도 신설해 지원하는 등 국가 ‘지원’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또 올해 백신 국가책임제 관련 예산을 지난해의 배 이상 늘린 625억 원으로 책정하고 지원 대상과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신 접종 사망자 분향소에서 피해자들이 질병관리청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최근 백신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재판에서 법원이 원소 승소 판결을 내리자 질병관리청이 항소했는데, 이날 코백회원들은 “질병청이 법원 판결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백신 피해자와 가족은 질병청이 백신 피해의 포괄적 인정을 전제로 한 ‘보상’ 요구를 외면한 채 위로금 성격의 ‘지원’ 확대에 만 치중해 백신 피해 구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행 초기에 급박하게 제작돼 보급된 백신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피해가 생길 경우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생기자 접종자에게 관련 피해 입증책임을 지우고, 입증하지 못하면 피해를 보상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들은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나 백신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국가가 백신 피해를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요구는 국감 때도 국회의원들을 통해 나왔는데,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 어디에도 직접적인 답변은 없었다. 대신 보고서에는 피해자 ‘보상’이 아닌 ‘지원’을 위한 예산 증액과 백신 접종 이상반응자 구제 제도 논의를 할 자문위원회 구성과 활동 내용만 반복적으로 적혀 있었다.

또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나, 이상반응이 백신 접종보다 기저질환 등 다른 이유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에도 제한적으로 인과성을 인정하라는 게 백신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백신 접종 이후 기저질환이 악화돼 이상반응으로 발현될 가능성 등을 고려해 폭넓게 보상하자는 취지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과성 인정을 받지 못한 이들에게는 별도의 재심 판정위원회를 통해 인과성 심사를 다시 받을 기회를 주자는 것도 피해자들은 요구한다. 이런 주장은 국감 때 의원들에 의해 제기됐는데, 이에 대한 질병청 답변은 올해 지원금을 늘려 책정했으며, (국회) 특별법안에 규정돼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것이었다. 해당 내용이 적힌 보고서 답변 어디에도 (피해) 보상 관련 언급은 없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신 접종 사망자 분향소
●백신-이상반응 인과성 입증 책임 전환 요구에도 지원 예산 확대 운운만

국감에서는 백신 이상반응 관련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해 피해자에게 지워온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질병청에 부여하는 전향적 조치도 요구됐다. 앞서 백신 접종 이후 숨진 유족이 질병청을 상대로 낸 행정처분 소송에서도 법원은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했다. 당시 법원은 “백신 접종 뒤 이상증상이 발현됐다면 다른 원인에 의해 발현됐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없는 한 오 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상반응이 백신 접종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발현됐다는 점을 정부가 입증해야 한다고 정부 입증 책임 논리를 준용한 것이다. 이에 질병청은 최근 항소를 냈고, 피해자들은 “정부가 백신 피해에 대한 국가책임제 약속을 저버린 것도 모자라 피해자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 판단마저 인정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부의 입증 책임을 규정하는 법안이 제출돼 논의 중이지만, 질병청의 반대 입장에 막혀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연구 결과를 상시 검토·반영해 보상 지원 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올해 국가책임제 관련 예산을 배 확대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질병청 백신 피해 구제 방안 발표 예고에 불안 고조…“지원금 주고 끝?”

앞서 질병청은 강기윤 의원실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지난 5월부터 운영 중인데, 이 자문위를 통해 마련된 백신 보상 지원 관련 제도 개선안을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이 내용은 보고서에도 담겼는데, 질병청은 자문위 논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사망 사례에 대한 지원 강화 기준을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에 백신 피해자와 가족들은 “피해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자문위 결과는 인정할 수 없다”며 “백신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회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인데, 정부가 이달 말 지원금 증액으로 점철된 제도 개선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백신 접종 이후 중증에 시달리는 환자의 한 가족은 “현재 백신 피해자는 사망자 뿐 아니라 중증 질환자가 더 많다. 이들의 후유증과 재활 관리를 위한 전담 병원 지정 운영 등의 항구적 조치 사항은 전혀 언급이 없다. 그냥 위로금 조의 돈 얼마 주고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꼼수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질병청이 입증책임 전환, 보상 절차 개선 등과 관련한 책임은 국회 입법 과정에 떠넘기고 금전적인 지원 확대 등 조치는 자체 지침 개정만으로 하는 이원화 전략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부가 처리가 우선으로 가능한 지원액 상향 등 조치를 단행한 뒤 대통령 1호 공약인 백신 국가책임제 약속을 이행했다고 선언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백신 피해 보상 확대를 위한 국회 입법 과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행정의 졸속 처리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이의 유족이 최근 받은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결과서다. 망자의 쾌유를 비는 보건 당국의 무신경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백신 피해자들은 질병청이 일방적으로 이달 말 백신 피해자 구제 안을 내놓으면 대대적인 저항 운동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백신 접종 이후 숨진 중학생의 아버지는 “건강했던 백신 접종자들이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그런데도 질병청은 사망자 유족에게 쾌유를 빈다는 식의 통보로 망자를 두 번 죽이고 있다. 돈 주고 끝내겠다는 진정성 없는 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이후 몸의 일부가 마비된 한 피해자는 “접종 이후 중증 질환에 걸렸는데도 의료기관에서는 명확하게 원인 규명을 못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운 뒤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해 보상’하지 않고 있다. 이런 부조리를 해소해 백신 피해 인정 대상 폭을 넓히자는 것인데, 정부는 보상 대신 위로금 성격의 지원 확대 계획만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질병청이 졸속으로 백신 국가 책임제 약속을 이행하려는 게 아니라면 피해자와 상의 한 번 없이 자문위를 꾸린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피해자 의견이 개진되지 않은 정부 대책이 강행되면 대규모 개별 소송전과 함께 질병청 앞 대규모 시위도 불사하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피해자와 정치권의 우려에 대해 질병청은 올해 지원 예산 내용을 재차 강조한 뒤 “법조계,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제도개선자문위원회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지원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지원 세부 기준이 마련되는 대로 발표 예정인데, 그 발표 후 답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백신 계약서 공개 재판 항소심 내달 최종 변론…정부 이번엔 “국가 안정성” 핑계

한편, 이번 보고서에는 백신 도입 과정을 알 수 있는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국감 당시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대한 답변도 담겼다. 질병청은 종전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백신 개발사와 사전에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했고, 국제적 비공개 원칙에 의해 공개가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양대림 민간 정책연구소가 질병청을 상대로 제기한 백신 계약서 공개 거부 취소 소송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질병청은 비공계 계약을 근거로 공개를 거부했는데, 재판부는 “비밀 유지 조항은 계약 당사자에게 만 효력이 있다. 국민과 법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에 질병청은 “계약서 공개가 국가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항소했는데, 다음 달 최종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양대림 소장 측은 “질병관리청이 재판에서 백신계약서 공개가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면서 “이는 백신 계약서에 영업상 비밀이 있어 공개할 수 없다는 애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같지 않은 별개의 사유다”고 말했다. 양 소장 측은 이어 “대법원 판례를 보면 행정기관은 재판 과정에서 당초 처분 사유와 별개인 사실을 처분 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반드시 승소해 계약서를 백신 피해자와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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