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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노] 인간이면 부끄러움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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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생해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무정부상태’에서 일어난 사고였음이 확인됐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119소방대원을 제외하고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공직자의 자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28일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조사결과’ 브리핑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무조정실은 지난 17일부터 10일간 감찰조사를 벌여 공직자 34명 등 총 36명을 수사의뢰했다고 밝혔습니다. 행복청장과 충북도 행정부지사, 청주시 부지사 등 기관 책임자 5명은 관계기관에 해임과 직위해제 등의 인사 조처를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도지사와 시장 등 선출직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돼 이런 조처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감찰조사 결과를 보면 과연 정부가 있었는지 의심이 듭니다.

국무조정실은 사고의 선행요인으로 미호천교 아래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을 꼽았습니다.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많은 경고와 신고가 있었음에도 여러 기관은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을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충북도는 애초 언론에 궁평2지하차도의 통제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통제기준이 충족됐음이 확인됐습니다. 오전 6시40분 미호천교의 수위가 29.02m로 계획홍수위에 도달했는데 이는 지하차도 통제 기준을 충족하는 것입니다.

충북경찰청은 사고 당일 두 차례의 미호천교 범람과 궁평2지하차도 통제 관련 112신고를 받았으나 실제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음에도 출동한 것처럼 시스템에 입력하고 종결처리했음이 밝혀졌습니다.

임시제방이 붕괴하고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는 과정에서 경찰과 소방에 총 세 차례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지난 15일 오전 7시4분, 58분 두 차례 112신고가, 51분에 119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처벌 외에 재난대응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려고 범부처TF를 구성·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F는 재난 대응 거버넌스 강화, 지하차도 통제 기준 개선, 진입 차단시설 설치 확대, 하천 정비 확대, 산사태 취약지구 관리제도 전면 재검토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까요.

예부터 사람과 짐승을 구별하는 것 중 하나가 부끄러움(恥)입니다. 사람이기에 부끄러움을 안다고 했습니다. 현행 법과 규정으로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지자체장을 인사조처할 수 없으니 스스로 부끄러움을 안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입니다. 물러나지 않는다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죠. 달리 말하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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