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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재판 패소 질병청 항소에 피해자 격분…"세금으로 우리 공격"

피해자 승소에도 불구하고…“기저질환 역공 못 뒤집어”

질병청 뒤늦은 항소장 제출…“국과수 입장, 추가 증거 낼 듯”

피해자·유족 공분…“세금으로 피해자 괴롭히는 정부 공론화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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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질환을 이유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사망 간에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한 피해 보상 결정을 뒤엎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지난 11일자 국제신문 온라인 보도 등) 질병관리청이 항소를 제기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백신 피해자와 가족은 질병청장이 백신 피해를 폭 넓게 인정하겠다는 애초 약속을 저버린 채 국민에게 또 상처를 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질병청 소송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은 지난 27일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의 소’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서울지방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뒤 사망한 남성의 아내인 김효연(34)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피해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 국회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피해자 승소에도 불구하고…“기저질환 역공 못 뒤집어”

김 씨의 남편인 오현세(사망 당시 34세) 씨는 2021년 10월 22일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1차 접종하고 이틀 뒤 왼쪽 팔 저림과 마비 증세를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오 씨는 나흘 뒤인 2021년 10월 28일 숨졌다. 김 씨는 남편이 백신 접종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질병청에 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오 씨의 사망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부검 소견에 따라 오 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피해보상 거부 처분을 내렸다. 당시 질병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 인과성 평가 연구에서 백신 접종과 뇌졸중(뇌출혈 등) 간에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제시됐음을 처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질병청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부검 결과 오 씨의 뇌내출혈 부위에서 해면혈 관종이 발견됐는데, 법원은 해면혈 관종이 뇌출혈을 야기할 수 있는 사실을 짚으면서도 오 씨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을 끌어내기 위해 안 변호사와 유족은 접종자가 갖고 있는 해면상혈관종의 치명적 출혈 발생률이 10% 정도라는 점을 부각했다. 해면상혈관종은 중추신경계 혈관 기형의 하나로, 단일 세포층 형태의 모세혈관의 해면체 모양(벌집) 종괴(덩어리)다. 김 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하신의 안나현 변호사는 “혈관종이 치명적이지 않은 데다 접종자가 기존에 이 기형으로 치료 받거나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면서 “그런데도 젊고 건강했던 접종자가 백신 맞고 갑자기 숨진 사정을 질병청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재판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부가 인과성 불인정 사유로 내세운 기저질환이 사망을 초래할 정도로 치명적이지 않은 기형이라면, 건강했던 젊은 남성이 접종 이후 사망한 원인을 정부가 제시해야 ‘사망과 백신 간 관련성이 없다’는 정부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 측 ‘기저질환’ 논리를 역이용한 셈이다.
몸을 쇠사슬로 묶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5월 31일 국회 앞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질병청 뒤늦은 항소장 제출…“국과수 입장, 추가 증거 낼 듯”

이후 질병청은 항소 여부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동안 질병청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대리인 등은 “질병청 주장대로 기저질환으로 인해 이상반응이 생기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걸 (피해자가) 입증해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므로 (질병청이) 이를 뒤집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질병청이 섣불리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28일 오전 내내 피해자와 유족들 사이에서는 질병청이 항소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뇌질환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이 질병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자 질병청은 항소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취하했다. 이후 질병청은 해당 남성에게 보상이 아닌 지원 정도의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질병청은 백신 피해자와 가족의 바람과 달리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원고와 대리인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 씨의 사촌형인 김세호 씨는 “정부가 법원 판단마저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피해자를 외면하려 하는 것에 실망스럽다”면서 “항소 제출 사유를 봐야 어떻게든 대응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질병청이 추가적으로 증거 자료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추가로 제출된 자료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면 재판부가 재판을 기각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질병청은 1심 선고일 직전에 “피해자의 백신과 이상반응 간에 인과성을 인정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통상 재판에서 변론 종결 이후 제출되는 증거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 변호사는 “질병청이 항소심에서 국과수 의견서나 비슷한 자문서를 추가 자료로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미 법원이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이 없다는 주장의 입증 책임을 정부도 져야 한다고 한 마당에 그런 증거가 반영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 학생 학부모의 국가배상 집단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 앞에서 백신 접종 이후 숨진 공호준 군의 어머니(오른쪽 마지막)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있다. 이승륜 기자
●피해자·유족 공분…“세금으로 피해자 괴롭히는 정부 공론화 할 것”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은 공분한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정부를 믿고 시책에 참여한 국민이 피해를 입고도 구제 못 받아 사법부에 호소해 인정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질병청은 항소로 또다시 피해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백신 피해를 폭 넓게 인정하겠다고 약속한 질병청장이 세금으로 피해자를 상대로 재판을 제기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가 끝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대대적으로 알려 공론화 하겠다”고 다짐했다.

백신 접종 이후 숨진 공호준 군의 어머니는 “백신 피해자들의 아픔을 달래도 모자라는 질병청이 또 다시 이들을 상대로 싸우려 한다는 소식에 화가 났다”면서 “유족 피해자들과 뭉쳐서 다시 무엇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제기한 오 씨의 아내 효연 씨는 “피해자의 마음을 살피지 않는 질병청의 태도에 너무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며 “이제 남편을 보내주나 했더니 또 다시 붙잡게 됐다. 또 긴 시간을 기다리며 싸워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통상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항소 제기 이후 1년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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