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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도의원·교수였던 남자, 이젠 독보적 ‘모델가수’로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30> ‘전국구 모델가수’ 박태희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7-11 19:12:4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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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건설업 재력 쌓아
- 기초단체장 200여 표 차 낙선
- 한동안 불면증·울화증 시달려

- 사회공헌 통해 자존감 회복
- 50대 후반 늦깎이 가수 데뷔
- 전주·간주 때 모델포즈 차별화
- 자기 이름 건 노래경연대회도

- “죽고 싶은 고통 속 다시 일어나
- 지친 사람들에 자신감 주고파”


◇ 박태희의 이모작 귀띔

- 자신감과 열정을 가져라
- 꾸준히 노력하라
박태희 모델가수(가운데 빨간 넥타이)가 제2회 모델가수 박태희 경연대회를 마치고 대회에 참가한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서 그의 노래 바래길을 합창하고 있다.
모델가수. 직업명이 생소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딱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융복합되는 시대 아닌가. 모델과 가수 두 활동을 동시에 한다고 이상할 것 없다. 그런데 전직이 경남도의원이었고, 정치학 박사로서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는 정보를 듣고 들을 만한 이야기가 많은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가 큰 행사를 주관한다기에 밀양시 아리랑아트센터로 갔다.



-오늘 어떤 행사인가요?

박태희 모델가수가 경남도의원으로 활약하던 시절 도지사에게 도정에 대해 질의를 하던 장면.
▶제2회 모델가수 박태희 노래경연대회입니다. 올해 밀양 방문의 해를 맞아 저의 고향인 밀양에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부산광역시지회, ㈔한국대중음악인연합회가 후원하는 행사로 저의 이름을 내건 경연대회입니다. 전국 5개 권역에서 예심을 거쳐 뽑힌 27명이 오늘 본선에서 실력을 겨루었습니다.

-이 행사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마 전국 최초일 겁니다. 비록 무명 가수이지만 저의 노래를 가지고 개최한 경연대회입니다. 이 자리에 박일호 밀양시장, 함종한 전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고영진 전 경상남도 교육감 등 500여 명의 내외빈, 관객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셨습니다. 코로나 이후 실의에 빠진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행사가 도전정신과 희망의 나래로 자리매김 되고 있어 기쁩니다.



듣고 보니 정말 신기했다. 전국적으로 지자체가 주최하는 유명한 가요제가 더러 있다. 남인수가요제, 난영가요제, 고복수가요제 등이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을 내건 무명 가수의 가요제는 못 들어봤다. 더구나 이렇게 많은 대중들이 모여들다니. 어떤 사연이 있기에 발상 전환이 이토록 신통할까 싶었다.



-지금과는 완전 다른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압니다.

▶저는 일찍부터 건설업을 했습니다. 1990년대는 지방에서 아파트를 지어 재력을 좀 비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40대 초반이던 1998년에는 김해 양산 창녕 밀양 지역을 대표하는 경남도 교육위원이 되었죠. 2002년에는 경남도 도의원으로 맹활약했습니다. 그 시절 밀양교육청 이전 문제와 밀양을 옥수수 메카지역으로 만들고 싶은 열망으로 뛰어다녔죠.

-그러면 건설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 정치인이셨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전도양양하던 제 인생에 시련이 왔었습니다. 2006년 지자체 단체장 선거 때 석패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 선거는 도저히 질 수 없었던 선거였습니다. 그 당시 주류 당에서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200여 표 차이로 패했죠.

-듣기만 해도 아찔하군요.

▶엄청난 후폭풍이 오더군요. 재산도 많이 날렸죠. 정신적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고, 곧 병을 얻었습니다. 자다가도 화가 나 벌떡 일어났고, 심각한 불면증 울화증에 시달렸습니다. 숨쉬기도 힘드니 온몸에 통증이 왔습니다. 극단적 선택은 이럴 때 하는구나 싶더군요.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병든 짐승같이, 지옥같이 한동안 그렇게 지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었겠어요? 그러나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갇힌 생각을 털어야 한다는 생각. 상황에 노예가 되어 병들어 있지 말자. 나를 바꾸자, 현실을 극복하자는 결단을 했죠.



고통 속에서 그는 어느 날 알버트 엘리스(A. Ellis)의 메시지를 통찰한 듯했다. 인지행동 치료법을 창안한 엘리스는 ‘상황만이 실의에 빠져 있게 하지 않는다. 그 스스로 한몫한다’는 진리를 임상을 통해 알아내어 치료심리학의 대가가 된 사람이다. 박태희는 패배의 상황은 타인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자각이 오더라고 했다. 겸손하지 못했고 그래서 스스로 준비가 부족했다는 성찰이었다.



-대단하시군요. 그래서 이러한 전환을 일으켰나요?

▶부끄럽지만 엄청난 인생벌금을 물고서 알게 된 교훈입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패배 원인을 분석하여 자서전을 출판했고요. 저의 작은 자아를 확장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죠. 그 후 저의 눈에 보인 것이 아이들이었기에 2007년부터 한국스카우트 경남 연맹장을 맡았습니다. 대학원에 가서 공부도 하여 2014년에는 정치학 박사가 되었습니다. 국립창원대에서 산학중점교수로 활동했고 동서대에서 강의도 했습니다. 지금껏 20여 개 사회단체에 직함을 받아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습니다. 다시 일어났죠.

-다시 정치인으로 재기를 모색한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교육위원과 도의원을 할 때는 그 각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큰 좌절 이후 저를 다시 보게 되고 추구해야 할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꿈 많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니 정치만이 꿈이 아니었어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제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노래를 시작했고, 2015년 드디어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50대 후반 늦깎이였지만 희망의 노래를 부르기로는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건설사 회장, 도의원, 공직선거 출마와 낙선, 박사학위, 교수, 시니어 모델, 대중가수…. 그 어느 것 하나도 하기 힘든데 대단하시군요.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낙선하였고 그래서 저의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너무 죄송했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열망이 제가 다시 도전하는 촉매제가 되었고 지금 어릴 때 꿈을 찾아 가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너무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응원해 줄 때 참으로 행복합니다.

-엄청난 전환이 일어났군요. 노래 훈련은 따로 하셨나요?

▶그럼요. 지금도 가수 진성 씨를 지도한 김화정 선생에게서 판소리 등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습니다. 4집 앨범까지 발표했고 저의 독특한 이력 때문인지 KBS 아침마당, MBC 가요베스트, KNN 인물포커스, 그리고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 요청이 있습니다.

-그러나 하지 않던 일이라 힘든 일도 많지요? 어떻게 극복하세요?

▶도의원과 교수까지 활동한 제가 무명 가수라 무시당할 땐 힘들죠. 그럴수록 주민센터 농협 신협 복지관 등에서 하는 전국노래교실을 찾아 열정적으로 뛰어다닙니다.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박태희TV 유튜브 방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한계도 많이 느꼈습니다. 멘탈을 강하게 하면서도 전략이 필요했죠. 그래서 생각한 게 모델가수입니다. 노래 전주나 간주가 나올 때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는 차별화입니다. 또한 작년에 이어 제2회 노래경연대회를 열었습니다. 저는 ‘바래길’ ‘인연이란’ ‘시골장날’ ‘밀양 머슴아’ ‘꿈의 노래’ ‘별’ ‘남편’ 등 저의 노래 7곡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르는 신명 나는 경연대회를 구상한 것이죠.



박태희는 신명을 일으키기 위해 웃음전문가 1급 자격증도 땄다고 한다. 이번 대상 수상자 김형호 씨에게는 한국대중음악인연합회의 가수 인증서 그리고 작곡가 김상명 선생의 노래 한 곡을 상금과 함께 수여했다. 신명의 스피커 한 명을 더 탄생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죽고 싶은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섰습니다. 준비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증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창원에 있는 심산서울병원 김정기 이사장께서 박태희 후원회장으로 물심양면 늘 응원해 주시고, 강원석 시인은 저를 위해 쓴 시(제목 석양)를 보내왔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가슴 뭉클한 삶을 살아라//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건/ 작열하는 태양이 아니라/ 여물어가는 석양이다.” 서로 위하는 이 신명 에너지를 다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박태희 인생이모작의 특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간상을 내재화하고 있음이다. 그는 인생이모작의 전환기에 크게 넘어졌다. 하지만 넘어져 있지 않고 넘어서 왔다. 지금 돈도 빽도 없는 무명가수인 그에게 숱한 사람들이 환호를 보내준다. 희망의 아이콘을 찾고 싶어 하는 대중에게 그는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 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내가 가야 하는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일어나 한 번 더 부딪혀 보는 거야.” 어느 날 그는 한국인 모두에게 꿈과 도전의 표상이 되어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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