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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20> 바바리아와 바바리안 ; 북방의 나라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6-26 19:27:14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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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과 l처럼 v와 b도 발음구별이 어렵다. 발음은 비슷해도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가령 글로브(glove)는 장갑이지만 글로브(globe)는 지구다. 카니발(carnival)은 축제지만 카니발(cannibal)은 식인이다. 바바리아(Bavaria)는 바이에른으로도 불리는 독일의 한 지역이지만 바바리안(barbarian)은 바바리아 사람이 아니라 미개한 야만인이다. 우리말로 오랑캐다. 고대 로마인한테 북방 종족들은 죄다 바바리안이었듯이 고대 중국인한테 북방 종족들도 싹 다 오랑캐였다. 그런데! 차이가 크다.

바바리아 아닌 북방 오랑캐 바바리안이 세운 국가들 차이
중국 북방 오랑캐들은 여러 이름들로 불린다. 흉노 유연 선비 돌궐 거란 여진 만주 몽골 오환 동호 말갈 등…. 흉노족은 서쪽으로 이동해 훈족으로 불리며 게르만족이 떠밀릴 만큼 강력했다. 선비족은 5호16국 위진남북조 때 북조를 지배할 만큼 강력했다. 거란족은 요나라를, 여진족은 금나라를, 몽골족은 원나라를, 후금을 자처한 여진족(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울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현존하는 북방 국가는 몽골리아 딱 하나다. 다들 한가락 하던 북방 오랑캐들은 왜 거의 다 중국에 복속되고 말았을까? 몽골리아도 절반 이하로 쪼개진 나라다. 몽골리아 인구 300여만 명보다 더 많은 몽골족이 중국에 속한 내몽골자치구에 살기 때문이다. 사정이 유럽 같았으면 어땠을까?

고대 로마시대 때 북방 오랑캐 야만인들을 바바리안이라 불렀다. 이탈리아반도 바로 위 갈리아, 바다 건너 브리타니아, 라인강 건너 게르마니아에 사는 사람들은 모조리 바바리안이었다. 짐승 가죽을 걸치며 고기나 뜯어 먹고 문자도 없이 사는 야만인이나 미개인이었다. 로마인이 듣기에 그들의 말이 새 소리인 바르바로이처럼 들려 바바리안으로 불렀다는데 그럴듯하다. 바바리안 중에서 게르만(German)은 단지 독일(Genmany) 민족만이 아니다. 여기서 민족이란 혈통이나 혈연에 의해 명확하게 구분되기보다 사는 방식이 비스무리한 사람들을 퉁쳐서 묶어 부르는 느슨하면서 넓은 뜻이다. 게르마니아에 살던 게르만 민족은 앵글 색슨 유트 고트 프랑크 반달 부르군트 튜튼 노르드 바이킹 노르만 등을 뭉뚱그려 포괄한다. 슬라브족도 게르만에 속하는 종족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갈리아에서 건너와 브리타니아에 살던 켈트족(셀틱족)도 모두 바바리안이었다. 중국 한족이 살던 중원 위 북방 오랑캐가 세운 나라가 몽골리아밖에 없는 반면에 라틴족이 살던 로마 위엔 북방 바바리안이 세운 나라들이 많다.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폴란드 등….

중국 북방 오랑캐들이 나라를 못 세우고, 로마 북방 바바리안이 나라를 세운 근원적 차이는 뭘까? ①민족성 ②지형적 특성 ③건국에 결정적인 중대사건 ④기존-신흥 권력층의 집요함 ⑤작은 차이로 인한 큰 차이. ⑤번을 고를 수는 있겠다. r과 l, v와 b처럼 조그만 발음 차이가 커다란 의미 차이를 가져오는 것처럼 작은 원인의 차이가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온다면…. 그런데! 동쪽 오랑캐 땅으로 불리던 동이(東夷) 아래쪽 나라는 반만년 가까이 건재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놀랄 만한 한민족 역사다. 아무래도 ①번을 골라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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