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인 30대 친모가 지난 23일 구속된 가운데 영아살해죄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6년간 부산에서 선고된 영아살해 사건 피의자들이 모두 징역 2년 이하 혹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아살해죄가 아니라 감경 사유가 많지 않은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입양의 날인 지난달 11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보육사가 베이비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베이비박스 설치 이후 총 2076명의 아기가 맡겨졌다. 연합뉴스

국제신문이 25일 대법원 판결문 열람 사이트에서 ‘영아살해’로 검색한 결과 2017년부터 이날까지 부산에서 1심이 시작돼 형이 확정된 사례는 모두 5건이다. 이중 3건은 징역 2년 이하가 선고됐다. 나머지 2건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수원 사건과 닮은 꼴인 2017년 ‘부산 냉장고 영아시신 2구 유기 사건’의 친모도 징역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영아살해죄 형량은 일반적으로 살인죄보다 낮다.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와 비교해 영아살해죄가 명시된 형법 251조는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영아살해죄 형량은 아동학대치사죄와 비교하면 더 차이가 난다. 만 18세 미만 아동을 학대해 살해에 이르게 하는 아동학대죄의 최저형은 7년이다.

재판부가 친모의 감경사유를 인정하면 형량은 대폭 낮아진다. 지난해 6월 전주지방법원도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다양한 ‘정상참작’ 사유를 반영한 결과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거쳐온 불우한 성장 과정이 인격 형성과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 직후 정신적·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점과 반복된 출산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지난 23일 구속된 수원 영아살해 피의자 역시 유죄를 인정받아도 낮은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영아를 살해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당시 만들어져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며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만큼 사건별로 감경 사유 적용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