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연쇄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부산진구의 오피스텔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1면 보도)를 치고 잠적한 임대인이 소유한 또 다른 건물로 드러났다. 임대인은 경찰 수사망을 피해 연락 두절 상태로, 앞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임대인 소유의 또 다른 전세 피해자 집에 가압류를 거는 등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다솜관 고등어방에 마련된 ‘찾아가는 전세피해지원 상담소’. 국제신문DB

21일 부산 수영구 A 오피스텔 입주자에 따르면, 임대인 현모(44) 씨는 임차인 6명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했다. A 오피스텔은 2019년 준공한 6층 규모 총 17세대 건물로 전세금은 6000만 원에서 1억4000만 원 선이다. 무자본 갭투자로 건물을 지은 걸로 추정되는 현 씨는 자금난으로 10개 호실을 팔고, 7개 호실(1개 호실 공실)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임대인 현 씨는 앞서 전세사기 피해가 터졌던 부산진구 양정동 B 오피스텔 임대인과 동일 인물로 드러났다. B 오피스텔은 전세 사기 추정 피해액은 30억 원 규모로 지난달 임의경매를 개시해 부산의 한 상호금융기관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대부분 20, 30대인 전세사기 피해자는 답답한 마음에 현 씨를 수소문했으나 허사였다. 지난 13일 수영구 남천동에 있는 현 씨의 임시 거주지는 물론 등본에 적힌 제주도 자택까지 찾아갔지만, 현 씨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게다가 현 씨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바람에 수도 전기 등 공공요금이 체납됐고 TV·인터넷도 요금 미납으로 끊겼다. 임차인들은 수개월째 체납 중인 전기와 수도마저 언제 끊길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피해가 확산되다 보니 피해자 간 재산 압류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먼저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B 오피스텔 임차인 22명은 현 씨의 남은 자산인 A 오피스텔 7개 호실을 대상으로 22억4000만 원의 가처분 신청을 넣어둔 상태다.

시 전세사기피해대응 TF 팀은 B 오피스텔 피해자의 가처분 신청일보다 A 오피스텔 임차인의 확정일자가 앞선 상태라 B 오피스텔 피해자가 선순위로 전세금 반환을 받기는 힘들다고 판단한다.

피해 임차인 C 씨는 “가처분 신청을 해도 후순위라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든 것은 알지만, 임대인이 잡힐 기미가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처분 신청을 걸었다”고 하소연했다.

A 오피스텔 임차인 일동은 22일 현 씨를 경찰에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피해 임차인 C 씨는 “수영구 남천동에도 현 씨 소유 건물이 있어 피해는 앞으로 더 커질 걸로 보인다. 현 씨 소유 호실뿐만 아니라 이미 소유권을 포기한 다른 호실도 공동 요금 체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