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태료 등 절차 최소 한 달 소요
- 사유재산이라 강제 철거도 못해
- 창원시는 금지구역 지정 강경책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캠핑장 명당을 독차지하기 위해 무단으로 텐트를 설치하는 이른바 ‘알박기 텐트’가 성행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민원이 극심한 지역을 캠핑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극약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19일 부산 기장군 일광성취사 인근 해변에 캠핑족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 장기간 설치해 놓은 ‘알박기 텐트’가 빼곡하게 설치됐다. 김영훈 기자

19일 찾은 울산 동구 주전해변에는 알박기 텐트 30~50여 동이 늘어섰다. 모두 경관이 좋거나 그늘진 곳, 진출입이 용이하거나 주차장·샤워실 등 생활시설이 가까이에 있어 편리한 곳 등 소위 명당에 위치했다. 울산 북구 정자해변, 울주군 상북 배내골 계곡 등 인기 피서지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텐트 주변은 관리가 안돼 오염이 심하고 일부는 흉물로 방치됐다.

지난 17일 울산 동구 주전해변에서 장기 숙박 텐트 설치 근절 캠페인을 벌이는 울산시 해양수산과 직원. 울산시 제공

사정이 이렇지만 지난 주말 울산시 해양수산과 직원 20여 명은 주전해변에서 알박기 금지 캠페인 정도만 해야했다. 단속하려면 자연환경보호법이나 공유수면 관리법 등을 적용해야 하는 데 절차대로 하면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리고 미 이행시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절차를 다 거치려면 최소 한 달은 넘게 걸린다. 보다 강력하고 즉각적인 처벌을 할 수 있어야 하지만 텐트나 내부 물품이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강제 철거도 할 수 없어 계도장만 붙여놓는 것이 고작이다. 울산시 해양수산과 한 공무원은 “단속 나가서 알박기라고 의심되면 계고장을 붙여 놓는데 일주일이나 열흘 후에 가도 그대로 붙어있다. 마치 여름 별장처럼 이용한다”고 했다.

이날 부산 기장군 일광면 해동성취사 근처 해변도 이런 텐트 약 30동으로 뒤덮여 있었다. 텐트 안에는 난방·취사도구는 물론 의자와 테이블 등 각종 편의장비도 있었다. 그러나 인기척은 없었다. 모두 ‘알박기 텐트’로 인근 주민에 따르면 이 일대는 주말에만 사람들로 북적인다. 3년 전부터 이 같은 얌체 캠핑족이 하나둘 늘기 시작해 결국 해안이 텐트로 가득 찼다. 경치 좋은 곳을 빼앗긴 주민 불만도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어촌·어항법과 공유수면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해변에서의 야영·취사는 불법이다. 올해 기장군이 적발한 차박·야영·취사 등 불법 행위는 지난달까지 약 1200건인데, 이달 들어선 보름 만에 250건을 넘겼다. 하지만 이 해안가 일대는 사유지인 터라 지자체가 단속할 수 없다. 땅 주인도 별도의 관리자를 배정하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한 상태라, 일부 해안가를 중심으로 텐트촌이 형성됐다. 기장군 관계자는 “날씨가 일찍 더워지면서 이달부터 캠핑에 나선 시민이 늘어나 공유수면에서의 야영 등 불법행위도 늘었다. 다만 사유지에 자리한 캠핑용 텐트는 지자체가 마음대로 단속할 수 없어 철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는 의창구 동읍 본포리 본포수변생태공원 일대에 이런 텐트가 기승을 부리자 텐트를 철거할 수 있도록 칼을 빼 들었다. 인근의 북면수변생태공원·대산수변체육공원 등 지역 내 모든 하천을 대상으로 단속 근거를 마련하도록 지난달 1일 ‘국가하천 낙동강 야영·취사 등의 금지 지역 지정’을 행정예고한 뒤 같은 달 21일까지 3주간 주민 의견을 수렴했다. 창원시는 오는 30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과태료(100만 원 이상 300만 원 이하)를 부과하고 이후에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