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 거주하는 박신영(24) 씨는 요즘 종아리와 팔뚝을 긁느라 바쁘다. 모기향을 피우고, 더위를 참아가며 긴바지·긴팔 잠옷을 입고 잠을 자도 효과가 없다. 박 씨는 “가족 모두 밤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벌써 몸 곳곳에 모기 물린 자국이 가득하다”며 “올해 처음 모기에게 물린 게 지난 3월쯤이었는데 모기 활동 시기가 예년보다 훨씬 앞당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방역사업 기간제 근무자들이 모기 방역을 진행 중이다. 북구 제공

지구 온난화로 모기가 기승을 부려 방역 요청이 급증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부산지역에서는 6월 말부터 치렀던 것과 달리, 올해는 봄철부터 모기 개체 수가 급증한 데다 전례 없는 습한 여름이 예고돼 ‘모기와의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18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한 결과 부산지역 16개 기초지자체 중 지난 1~5월 모기 방역 요청 건수가 전년보다 늘어난 곳은 12곳으로 나타났다.

중구 180%(98건) 사하구 246%(69건) 동래구 70%(36건)로 급증했으며, 유이하게 감소한 강서구(2건) 부산진구(14건)는 그 수치가 미미했다. 기장군은 2년간 모두 6건으로 동일했고, 연제구는 지난해 통계가 없어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기간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이 채집한 모기 개체 수도 502마리로 전년 동기 385마리와 비교해 30%가량 증가했다. 일본뇌염의 주요 매개체인 작은 빨간집모기의 첫 출연 시기도 지난해는 4월 7일이었으나 올해는 지난 3월 23일로 15일 빨라졌다.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는 민원이 급증한 지자체 일부는 방역 인원을 대폭 늘렸다. 중구는 지난달 신속 방역반 인원 21명과 기간제 보건소 직원 9명을 신규 채용했다. 중구 관계자는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담당 인원을 늘렸고, 보건소와 방역반이 역할을 나눠 각각 유충구제와 직접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하구도 기간제 인원 2명을 방역에 추가 투입했다.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은 올여름 모기가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모기가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은 영상 25~27도 온도와 산발적 강수가 내릴 때다. 지난해 여름은 건조주의보가 내렸을 정도지만, 올해는 엘니뇨 영향으로 강수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고신대 이동규(보건환경학부) 석좌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높아진 탓에 월동 모기들이 일찍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흡혈 시기가 빨라지면 산란 시기도 앞당겨져 해가 갈수록 개체 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 금정구 보건소에서 모기 방역작업에 한창이다. 금정구 제공

부산 금정구 보건소에서 모기 방역작업에 한창이다. 금정구 제공